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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호흡으로 들려준 산조의 정수, ‘긴산조 협주곡’[국악신문 정수현 전문기자}=지난 9일에서 10일, 국립국악원 창작악단의 기획 공연 ‘긴산조 협주곡’이 펼쳐졌다. 이태백류 아쟁산조와 원장현류 대금산조 전바탕이 협주곡으로 초연된 무대로, 자신의 이름으로 산조를 만든 이태백 명인과 원장현 명인이 직접 협연하였다. 이전에 연주되던 보통의 산조 협주곡들은 12분 내외의 짧은 산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으나, 산조의 원형, 정수라 불리는 긴산조를 국악관현악과 함께 협주곡으로 무대에 올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산조는 19세기 무렵에 만들어진 기악 독주곡으로, 느린 장단으로부터 빠른 장단으로 연주하는 민속음악의 한 갈래다. 긴장과 이완의 대비 속에서 연주자의 기교를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곡으로, 3∼6개의 장단으로 구성되며 반드시 장구 반주가 따른다. 이에 이번 무대에서도 고수 김태영과 고수 윤재영이 독주자들과 함께 자리하여 반주하였다. 또 이정호 작곡가와 김백찬 작곡가가 각각 ‘이태백류 아쟁산조’와 ‘원장현류 대금산조’ 협주곡을 맡아 위촉하여 서로 다른 매력을 보여주었다. ‘이태백류 아쟁산조’는 이태백 명인이 스승 박종선 명인과 김일구 명인으로부터 배운 것을 모체로 자신만의 해석을 더 해 녹여낸 결과물이다. 각각의 아쟁 산조가 지닌 색채가 독특하고 절묘하게 어우러진다는 평가를 받는 이태백류 아쟁산조. 그 가락을 위해 만들어진 ‘이태백류 아쟁산조 협주곡’이 첫 무대로 열렸다. 화려한 타악기와 태평소 소리의 웅장함과 함께 관현악의 힘 있는 합주 안에서 진양조장단이 시작됐다. 이태백 명인의 애절하고도 힘 있는 선율에 맞추어 가야금과 거문고 등의 발현악기가 마치 장단으로 반주하듯 효과를 주었고, 다른 악기들도 아쟁 독주에 방해되지 않게 서서히 연주되기 시작했다. 악기군별로 나뉘어 관악기와 현악기가 각각 따로 연주된 구간이 특히 많았는데, 이를 통해 국악기의 특색있는 사운드를 다양하게 들을 수 있었다. 이태백 명인의 아쟁산조는 단정하고, 깔끔했다. 길게 음을 뻗어 내거나 농현을 할 때에 흔들리지 않는 활의 길이 명확했고, 그 안에서 공력이 묻어났다. 보통의 공연에서는 상대적으로 짧은산조가 더 많이 연주되기에 긴산조를 들어 볼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이번 무대에서는 익숙지 않은 아름다운 아쟁 선율을 다양하게, 그리고 길게 들을 수 있었다. 특히 긴산조에는 힘 있게 뻗어내고, 높은음을 연주하는 구간이 많았다. 이때 국악 관현악이 극적이고 다이내믹한 효과를 함께 반주해 주어 더 효과적이고 신선하게 다가왔다. 계면조의 엇청(본청의 4도 위 음)이나 꺾는음 등이 도드라지는 진계면 구간에서의 관현악은 서정적인 베이스라인과 함께 감정적인 효과를 내는 데 일조했다. 또 반음계를 반복하거나, 상·하행 진행을 활용하여 음악을 발전시키고 극적으로 그려낸 구간이 많았다. 하지만 아쟁 산조를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적당한 분위기만을 자아내, 산조의 틀을 잃지 않고 감상할 수 있었다. 아쟁산조 협주곡을 작곡한 이정호 작곡가는 작품의 구성에 대해 "서주와 각 장단 초반부는 초기 산조 협주곡 양식을 비중 있게 도입해 간결하면서도 힘 있는 사운드를 만들었다”며, 산조를 방해하지 않고 산조 특유의 시김새와 호흡을 그대고 갈 수 있도록 산조의 배경처럼 받쳐주었다고 전했다. 아쟁 산조의 원형을 깨뜨리지 않고 산조 뒤의 배경이 되어주려는 작곡가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높은 청에서 진계면으로 연주된 산조의 구간은 굉장히 애잔하고 마음이 미어지는 듯했다. 더 이상 울 힘도 없어 눈물도 나지 않고 헛헛한 신음만 나올 정도로 깊은 슬픔이 느껴지는 소리였다. 흐트러짐 없고 연륜이 묻어나는 깔끔한 아쟁 산조에 깊이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진양조는 대부분 계면조로 이루어졌지만, 중모리장단부터는 힘 있고 거침없는 평우조를 많이 들을 수 있었다. 깔끔했고, 동시에 단단했다. 중중모리장단에 이르자 힘 있는 활의 길은 더욱 탄탄해졌고, 장단이 빨라져도 소리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견고했다. 급하지 않고 힘 있으면서도 평온한 여유가 이태백 명인의 연주에 묻어났다. 관객들은 숨죽여 그의 완성도 높은 연주와 풍성한 관현악에 숨을 멎은 채로 흠뻑 빠져 있다가, 푸는 가락에 이르러 탄성과 추임새를 내뱉었다. 흡입력 있고 빛나는 무대에 우레와 같은 함성과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15분간의 휴식 후, 원장현류 대금산조 협주곡이 연주되었다. 원장현류 대금산조는 원장현 명인이 판소리와 여러 악기에 능통했던 한일섭 명인에게 구음으로 사사한 대금산조 가락을 자신만의 세계로 구체화해 만들어졌다. 아쟁의 낮고 힘 있는 소리에 이어 관현악의 날카롭고 웅장한 합주로 무대가 시작됐다. 앞서 연주되었던 아쟁 협주곡의 관현악은 깔끔하고 민속적인 색채가 강했다면, 대금 협주곡은 화려하고 대중적이었다. 마치 오페라의 서곡(Overture)이 연상되듯 극적이었으며, 다이내믹하고 서정적인 선율이 반복적으로 연주되었다. 마치 영화 음악 같은 분위기 속에서 대금의 진양조장단이 시작되었다. 아쟁의 베이스라인이 중심이 되어 어두우면서도 웅장한 이미지를 연출해 냈고, 대금의 편안하고 견고한 소리가 아름답게 얹혔다. 원장현류 대금산조 협주곡을 작곡한 김백찬 작곡가는 작품에 대해 "독주 선율에 내재한 감성과 표현을 최대한 원곡의 느낌으로 잘 살려 표현해 보고자 했다”며, 무엇보다 한 장단 한 장단이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들리도록 노력했다고 전했다. 그 덕분인지 대금 산조가 입체감 있는 하나의 시각적 예술처럼 어떠한 이미지로 그려지는 듯했다. 중모리장단에서의 도입부는 서정적이고 감성적인 관현악의 선율이 마치 한 편의 사극 같았고, 그 위에 대금 산조가 얹어지니 이질적이면서도 조화롭게 어우러져 독특한 색채로 감상할 수 있었다. 한 가지 아쉬웠던 것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하는 관현악 선율과 코드 진행이 곡을 끌어가다 보니, 대금 산조의 선율이 상대적으로 잘 들리지 않고 묻혔다는 점이다. 또 산조의 기본이 되는 ‘조’의 음계나 색채가 서양 음악적 코드 진행의 여파로 그 매력이 도드라지지 않았다. 대중적이고 입체감 있던 분위기는 좋았으나, 대금산조의 원형과 고유한 매력에 집중하여 민속악적 색채를 더욱 보여주었더라면 더욱 균형감 있는 곡이 되었을 것 같다. 중중모리장단이 시작되고 연주된 화려한 태평소와 타악기들의 강하고 화려한 소리는 행진곡을 방불케 했다. 특히 스네어 드럼(Snare Drum)의 소리가 국악관현악과 묻어나니 신선한 느낌을 자아냈다. 리듬 형태는 중중모리장단에 맞추면서도 독자적이고 새로운 형태로 연주되어 독특하게 느껴졌다. 대금 연주는 장단이 빨라질수록 더욱 힘 있고 견고해졌다. 청이 높든, 낮든 어느 구간에서도 흔들림 없이 연주한 원장현 명인의 소리에는 오랜 세월 대금과 함께한 깊은 공력이 묻어났다. 호방하고 유려한 청소리와 푸는 가락에서의 깊이 있는 표현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긴산조’는 모든 장단을 아우르는, 말 그대로 산조의 원형이자 민속음악의 꽃이다. 이번 창작악단 기획 공연으로 진행된 ‘긴산조 협주곡’에서는 오랜 시간 국악의 가계에서 자라나 일가를 이루고 자신의 이름으로 산조를 만든 두 명인의 산조를 깊이 있게 감상할 수 있었다. 특히 국악 관현악이 채워주는 색다른 풍성함이 곁들여지고, 장단의 변화에 맞추어 긴 호흡으로 연주되었기에, 연주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그 흐름 속에 흠뻑 빠져 우리 음악 그 자체를 즐길 수 있어 더욱 의미 있었다. 공연이 끝난 후 로비는 상기된 표정으로 ‘참 좋았다’며 이야기하는 관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혹여 긴 시간 동안 연주되는 산조가 관객들에게 너무 어렵게 다가오지는 않을지 미리부터 걱정했던 자신이 부끄러워질 정도로 아름답고 가치 있는 무대였다. 이번 새로운 시도를 계기로 산조의 뿌리가 더욱 깊게, 그리고 멀리 뻗어져 나가게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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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상블 시나위가 그려내는 ‘고요의 바다’[국악신문 정수현 전문기자]=봄 향기가 가득한 5월의 첫날, 전통음악을 바탕으로 우리 정서를 찾아 나서는 앙상블 시나위의 콘서트 ‘고요의 바다’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펼쳐졌다. 앙상블 시나위는 경계 없는 작품의 지평을 넓혀가고 있는 창작 팀으로, 우리 음악의 의미를 현대적으로 해석하며 다양한 장르와의 협업 등을 통해 꾸준히 음악을 발표해 오고 있다. ‘고요의 바다’는 인류가 처음 발을 내디딘 곳이자 우주 적막한 공간의 일부인 달 표면을 뜻한다. 이들은 인류가 우주라는 미지의 영역을 향해 끊임없이 도전하고 탐험하는 것처럼, 희망의 미래를 발견하기 위해 그들만의 시공간을 음악으로 만들고자 무대를 꾸렸다. 공연에는 '앙상블 시나위'의 대표인 아쟁 신현식을 비롯해 가야금 박순아, 바이올린 허희정, 피아노 정송희와 사물놀이의 창시자 김덕수, 소리꾼 정혜빈과 월드뮤직그룹 공명의 타악기 연주자 강선일이 함께 했다. 앙상블 시나위는 공연마다 전통의 변용과 재해석을 통한 새로운 작품을 발표해 왔다. 이번 무대에서는 향가의 함축적인 시와 풍류의 정제된 음악에서 모티브를 얻어 현대적인 해석을 통한 자유로운 곡을 연주했다. 그들은 고전의 향가(鄕歌)를 바탕으로 장단 위에 각각의 악기가 각기 매력적인 소리를 만들어 내며, 앙상블 시나위만의 현대음악적인 요소를 강하게 드러냈다. 무대에는 자욱한 드라이아이스가 공간을 뿌옇게 감싸고 있었다. 조명이 어두워지는 동시에 천천히 신스(Synth)계열의 낮은 전자 베이스 사운드가 어둡고 풍성한 분위기를 조성했고, 정종의 맑은소리와 함께 가야금의 반복적인 리듬 형태가 연주되었다. 첫 곡 ‘그믐’이 연주되었다. ‘그믐’은 가장 어두운 때를 밝혀주는 달인 그믐달을 나타낸다. 하나둘 들어온 악기들은 평온하고 아름다운 연주로 어둡고 지친 삶을 위로 해 주었다. 바이올린의 선율은 전통음악 어법이 도드라졌는데, 굵게 떠는 농현을 흉내 낸 비브라토와 끌어 올리고 끌어 내리는 추퇴성 기법을 다양하게 활용하여 한국적인 멋을 자연스레 표현하였다. 특히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곡이니만큼 곡의 마지막 구간에서는 종묘제례악 정대업 중 ‘영관’ 마지막 부분을 차용하여 태평소가 독주로 연주하는 선율을 바이올린이 연주하고, 아쟁이 그를 받아 타악기 파트의 리듬 형태를 저음으로 뜯으며 연주했다. 전통음악 요소를 자연스럽게 넣는 시도와 더불어 현대적이고 서정적인 형태를 보여줌으로써 다채로운 색채를 드러냈다. 곧 이어 경쾌한 타악기 리듬과 함께 초연곡 ‘해량’이 연주됐다. 향가 ‘처용가’에서 모티브를 얻은 곡으로, 역신을 물리치는 처용을 다이내믹하게 그려냈다. 장구와 타악기는 함께 같은 리듬을 연주했고, 아쟁과 바이올린은 활을 치는 기법 등을 통해 그 리듬 형태를 함께 연주하고 발전시켰다. 선율은 도리안(Dorian) 선법을 활용하여 장조의 밝음과 단조의 슬픈 느낌 사이의 자유롭고 묘한 분위기를 연출해 냈다. 빠르고 경쾌한 리듬 형태를 듣고 있자니, 아르헨티나 작곡가인 아스토르 피아졸라(Astor Piazzolla)의 음악이 떠오르기도 했다. 곡의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다 함께 칠채 장단을 연주하고 휘모리장단으로 강렬하게 변화하며 앙상블 시나위만의 조화롭고 수준 높은 하모니를 만들어 냈다. 세 번째 곡 ‘초혼’은 떠난 이에 대한 기억을 가슴에 새기며, 진도씻김굿의 노래와 현악기의 살풀이가 함께 그리움을 부르짖었다. 죽은 누이에 대한 제(祭/추모)를 지내는 노래인 향가 ‘제망매가’를 모티브로 한 이 곡은, 바이올린과 아쟁, 가야금이 주가 되어 끌어 나갔다. 곡의 처음과 마지막은 피아노와 바이올린이 서정적이고 슬픈, 현대적인 가요 스타일의 선율을 연주했고, 중간 구간은 시나위 형태로, 각 악기가 화려하게 장단을 타고 놀며 솔로 연주를 선보였다. 특히 아쟁의 울부짖는 듯한 계면조 솔로 연주는 망자를 그리는 마음이 절절히 느껴져 가슴이 미어지는 듯했다. 이때 가야금도 함께 아쟁의 솔로 연주를 받쳐주며 강렬하게 함께 연주해 풍성하고 감정적인 다이내믹을 표현하였다. 현악기의 자유로움과 우직한 장단이 균형 있게 합쳐지니 조화롭고 감성적인 슬픔이 더욱 드러났다. 초연곡 ‘파랑가’는 고조선의 서정 가요 ‘공무도하가’와 제주도 민요 ‘이어도사나’가 합쳐진 곡으로, 떠나보낸 임들을 그리워하며 부른 노래다. 섬에 갇혀버린 현대의 우리를 꺼내어 길을 만들어 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탄생했다는 이 곡은, 소리꾼 정혜빈의 소리가 덧입혀져 더욱 풍성한 무대를 만들어 냈다. 전통 노래를 기반으로 하지만 현대적으로 풀어낸 담백한 가사가 친숙하게 다가왔고, 서정적이면서도 화려한 악기 반주는 볼거리와 들을 거리를 풍성하게 해 주었다. 곡이 점점 발전돼 갈수록 소리꾼의 노래는 현대 가요 스타일에서 전통 소리 스타일로 변화해 나갔다. 대중성과 전통성이 자연스레 얽혀 들어가게끔 하는 앙상블 시나위의 음악적 스타일이 더욱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이어 연주된 두 곡 ‘길을 쓰는 별’과 ‘헌화지곡’은 각각 가야금과 아쟁, 바이올린과 장구의 듀오 연주로 진행됐다. ‘길을 쓰는 별’은 내레이션 위에 가야금과 아쟁의 효과음이 덧입혀지며 이야기 극처럼 시작했다. 가야금은 빠르고 화려한 아르페지오 선율을 반복적으로 연주했는데, 사단조(G minor)와 바장조(F major)를 번갈아 가며 연주하여 묘하고 아름다운 우주의 느낌을 표현했다. 더불어 아쟁은 진하고 깊은 울림과 하모닉스(harmonics, 현악기의 특수한 주법으로, 부드럽고 투명한 음색을 표현한다)나 울렁거리는 활 움직임 등의 기법을 사용해 긴장감과 신비로움을 동시에 나타내, 두 악기의 음색이 영롱하게 어우러지게끔 하였다. ‘헌화지곡’은 향가 ‘헌화가’를 모티브로 하여, 바이올린과 장구가 함께 연주했다. 앞 곡처럼 내레이션과 함께 시작된 이 곡은 장구가 연주하는 다스름 장단의 궁편 울림 위에 바이올린의 단정한 선율이 얹어졌다. 장단은 점점 빨라지는 형태로 변화했으며, 빨라질수록 바이올린의 연주도 점점 자유롭고 화려해졌다. 바이올린은 장단 안에서 중음기법(인접한 두 개의 현을 누른 상태에서 활로 두 현을 동시에 그어 연주하는 기법)으로 화음을 내기도 하고, 아슬아슬한 고음을 넘나들기도 했다. 탄탄한 장단 안에서 서로 호흡을 맞추고, 현대적이며 한국적인 음색을 물씬 드러낸 ‘헌화지곡’은 이 시대의 새로운 산조였다. 마지막 세 곡이 연주되기 전, 김덕수 연주자가 악기와 연주자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 명 한 명 자세히 소개하고, 관객들과 편안하게 소통함으로 무대를 더욱 편안하게 즐길 수 있게 해 주었다. ‘동해랩소디’는 아쟁의 강렬한 피치카토(Pizzicato, 발현악기 연주 시 현을 손가락으로 뜯어서 발현악기처럼 연주하는 방법)로 시작했다. 시나위적 요소가 강하게 묻어있는 이 곡에서는 악기의 다이내믹한 솔로 연주를 마음껏 들을 수 있었고, 악기 간의 호흡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또 풍성한 사운드로 연주자들의 높은 기량을 현장감 있게 몰입하여 감상할 수 있었다. ‘푸가시나위’는 김덕수 연주자의 신명 나는 추임새와 함께 모든 악기의 세고 강렬한 저음부 연주로 뱃고동 소리처럼 시작했다. 선율은 몽환적인 단조 선법과 반음계 등을 활용하여 독특한 사운드를 만들어 내, 마치 스페인 춤곡이 연상되기도 했다. 리듬 형태는 장단을 변형시키거나, 밀고 당기는 기법을 사용해 전통음악과 서양음악이 묘하게 어우러진 신선한 느낌을 선사해 주었다. 평온하고 차분하게 바다를 항해하는 느낌의 ‘초생’을 마지막 곡으로 무대는 끝이 났다. 90분이라는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를 정도로 깊은 몰입감을 선사해 준 앙상블 시나위 콘서트 ‘고요의 바다’, 무한한 공간 속에서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그려냈다. 그들은 ‘향가’와 ‘풍류’를 바탕으로 즉흥성과 우연성, 대중성을 가미하여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 냈고, 그 연주를 통해 관객들에게 위로와 떨림, 도전을 선사해 주었다. 오랜 기간 전통을 소재로 계속해서 더 나은 삶을, 더 나은 이야기를 풀어가고자 하는 그들의 음악은,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우리 모두에게 희망과 행복을 전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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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의 여로 (144) <br>분청사기마상배편이 작은 감동과 즐거움만이라도 이규진(편고재 주인) 도자기 중에는 마상배(馬上杯)라는 것이 있다. 별도의 굽 없이 곧게 선 긴 다리가 몸체로 연결되는 팽이 모양의 잔으로 일명 고족배(高足杯)라고도 한다. 마상배는 흔히 알려진 것처럼 단독 기물이 아니라 잔받침과 함께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정되기도 하지만 확실한 것은 아니다. 이와 같은 추정은 조선 후기 백자에 유독 다리가 긴 잔이 있어 잔받침과 함께 세트를 이루는 잔탁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잔에 달린 다리가 긴 것으로는 삼국시대 고배(굽다리접시)에서도 볼 수가 있어 그 유사성이 주목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하면 마상배란 무슨 뜻인가. 아사카와 다쿠미의 '조선도자명고'를 보면 굽이 상상외로 높다보니 불안정한 면이 있어 손으로 잡고 사용하기 때문에 마상배라는 속칭을 사용하게 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또한 굽이 높다보니 말 위에서 손으로 잡고 사용한데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속설도 있다. 하지만 논리적 근거나 어원을 찾기 어려워 마상배라는 이름을 사용하기 보다는 굽 높은 잔의 일종으로 여기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 까지는 마땅한 대안이 없어 마상배로 통용될 수밖에는 도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분청사기마상배편은 기존에 알려진 마상배의 기형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높은 굽에 잔이 올려진 형태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밖으로 벌어진 접지면에는 모래받침을 하고 있으며 음각선이 보이는 높은 굽은 잔으로 연결되고 있다. 잔의 외면은 아래 위 로 선을 돌려 단을 구분한 후 그 안에 세로로 흑백상감을 교차해 문양을 넣고 있어 심플한 감각을 보여주고 있다. 외면은 아래위로 다소의 여백이 있는 반면 내면은 문양이 빈틈없이 꽉 차 있다. 우선 중앙에는 원 안에 세 점의 국화를 배치하고 있으며 이를 여의두문으로 둘러싸고 있다. 그리고는 입술 부분에 이르기까지 빽빽하게 우점문을 삽입하고 있는데, 그 사이사이 세 곳에는 간략화 된 흑백상감의 학 문양을 넣고 있다. 입술 부분이 많이 훼손되었지만 남은 형태만으로도 고급의 깔끔한 분청사기 마상배였음을 알아 보는데는 전혀 지장이 없는 형태며 문양들이라고 할 수 있다. 분청사기마상배편을 언제 어디서 구한 것인지는 전혀 기억이 없다. 가마터에서 인연을 맺지 않고 시중에서 구입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따라서 아쉽지만 현재로서는 산지 추정은 불가능한 형편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인데 근래 짐을 정리하다 우연히 찾은 것이다보니 나로서는 처음 만나는 것처럼 새롭고 신선한 느낌이 들기도 하였다. 늘 새롭고 신선하게, 매일을 그렇게만 살 수 있고 그렇게만 인연을 맺을 수 있다면 우리의 삶에서 그보다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것이 어찌 쉬운 일이랴. 분청사기마상배편이 보여 준 이 작은 감동과 즐거움만이라도 감사하고 또 소중히 여겨야 하는 습관을 늘 길러가야 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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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성에서 즐기는 가무악 ‘화이락락’, 전통에서 퓨젼까지경북문화재단이 주최하고 경상북도가 후원하며, 안동시, 아리예술단이 주관하는 2024야외상설공연 '화이락락和而樂樂'이 도산면에 위치한 한국문화테마파크에서 5월 4일 첫선을 보인다. 안동지역의 관광활성화 및 시·도민의 문화향유를 위해 노력해온 아리예술단(예술감독 김나영)이 2개년 기획·제작을 맡았다. 2024년에는 약 15개의 단체, 120여 명의 예술가들과 함께 총 10회의 공연을 앞두고 있다. 참여단체들과 함께 전통무용, 연희, 국악, 소리, 퓨전, 융복합창작 등 다양한 가무악 장르의 야외특화 전통예술공연을 구성하여 지역민은 물론 국내외 관광객에게도 만족스러운 관람, 체험 경험을 전하고자 지속적인 노력 중이다. 이번 공연에는 국악밴드 나릿, 온누리국악예술인협동조합, 경주문화유산활용연구원, 한국전통춤협회, 세계풍류문화교류재단, 빈탕노리, 참넋, (사)한국국악협회 영주지부, (사)안동아리랑보존회, 아트프로젝트진 등의 전통공연예술단체가 함께 무대를 펼친다. 상반기 공연은 5월~7월간 총 5회 진행되며 5월 4일, 7월 6일은 무료입장, 5월 18일, 6월 1일, 6월 22일은 입장료 할인(안동시민 1,000원)으로 한국문화테마파크 내의 마술공연, 이벤트 체험도 즐길 수 있다. 5월 4일(토)에는 온가족과 함께하는 세대공감 국악콘서트 '국악밴드 나릿'과 온누리국악예술단 협동조합이 연희놀음. 흥보박타는 대목, 아리랑 등을 선사한다. 5월 18일(토)에는 복을 부르는 악가무 공연에서는 경주문화유산활용연구원이 처용무, 대북시나위, 장구시나위, 맥놀이 등을 선사한다. 6월 1일에는 스토리텔러 류필기의 풍류콘서트에서는 안동의 역사적 배경, 인물, 예술을 흥미롭게 스토리화하여 전통예술, 춤, 음악을 접목한 스토리텔링 퍼포먼스 공연으로 전통예술의 흥과 멋 위에 퇴계이황선생의 스토리, 경북 안동의 역사와 철학이 즐겁게 펼쳐진다. 시놉시스는 안동이 품고 있는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경북 안동 하회별신굿(국가무형유산 제69호) 이수자 류필기의 구수한 사투리의 입담으로 스토리텔링하고 대금 해금, 팝페라, 한국춤을 입힌 종합예술공연으로 안동을 처음 방문한 사람부터 안동에서 오랜 기간 살아온 사람들까지 다 함께 안동의 가치와 로컬리즘 매력을 탐구하며 지역소멸, 인구감소에 맞서 세계 속 문화 도시 안동, 살고싶은 곳 '안동'으로 적극적인 유입과 귀환을 모색해본다. 우천 예보시 공연 연기, 또는 당일 우천시 실내극장인 설화극장에서 4시에 공연시간이 변경되어 진행 예정이다. 6월 22일(토)에는 김나영 예술감독의 해설로 '우리 춤으로 어우러지는 신명 1-여인의 향기'를 선보안다. 전국 각지에서 민족과 지역의 춤을 보존하고 계승하고 있는 전통춤협회의 대표 예인들이 준비한 전통춤 한마당으로 춤꾼들 각자의 개성이 묻어나는 다채로운 춤 공연을 선사한다. 출연진은 한국전통춤협회 안동시 천안시 지부가 출연한다. 배주옥, 김정원, 정도경, 서지민, 조서우, 강다현, 구서혜, 옥승현, 박진희, 윤채영, 서현영, 고현서, 김시은, 최진영, 최윤형, 장현순, 김재정, 강민수, 신민진이 항발무.벅구춤.국수호 입춤, 영남교방무,지전춤,무당춤,쟁강춤,설장고춤을 선보인다. 7월 6일(토)에는 김나영 예술감독의 해설로 '춤극으로 만나는 안동의 아름다운 사람들'의 서사가 담긴 춤극이 펼쳐진다. '가장 한국적인 도시' 안동의 역사와 설화를 바탕으로 만든 아리예술단의 전통예술브랜드 공연 '춤극' 작품들에서 대표적 넘버들을 선별하여 한국전통창작무용의 갈라콘서트 공연을 선보인다. 아리예술단의 조서우, 강다현, 고현서, 구서혜, 김시은, 목승현, 박진희, 서현영, 윤채영, 김동환, 이재준, 이현석, 이호준, 황정현 등이 안동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을 모티브로 한 춤극 '종천지애', '연이' '하회'작품을 선사한다. 이 작품들은 10년 동안 매년 주목을 받고 전국 순회공연을 한 대서사시를 춤과 극으로 형상화한 춤극이다. 첫번째 춤극 '종천지애'에서는 제1막 죽음도 갈라놓지 못한 사랑, 제2막 월영교의 달밤, 제3막 죽음의 유혹 제4막 새날이 밝았네가 펼쳐진다. 두번째 .춤극 '연이'에서는 제1막 사냥의춤, 제2막 가릉빈가와 연이, 제3막 심판의 방이 오른다. 세번째 춤극 '하회'에서는 제1막 신비한 숲 신령한 나무, 제2막 어둠의 칼과 빛의 꽃, 제3막 신령한 힘 우리 안에가 선사된다. 단순히 보는 공연에서 더 나아가 전통을 모티브로 참여하고 신선한 공간으로 환기되어, 국악 공연에 어우러져 놀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공연이 진행되는 한국문화테마파크는 현재 4월~6월 주말 동안 특별체험프로그램 ‘도산난장’도 운영하고 있어 전통야외상설공연 ‘화이락락’과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중이다. 김나영 예술감독은 "한국 정신문화의 도시, 안동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전통예술콘텐츠들을 통해 나고 자란 안동을 ‘전통의 정수를 지키고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현대적 변화를 시도하는 K-컬쳐 대표 공연명소’로 자리잡을 수 있게 하겠다."이어 "이번에 선정된 '화이락락' 주공연은 '함께하니 즐겁지 아니한가'라는 주제를 가지고 안동의 전통예술에서부터 창작작품 5개 공연을 7개 단체가 참여하여 펼친다."는 포부를 밝혔다. 아리예술단은 전통예술진흥 및 '창조적 계승'을 위해 지역성을 특화로 한 지역 브랜드를 발굴하여 스토리텔링 작업을 이어 나가고 있다. 나아가 전통예술을 모티브한 고품격 작품을 무대화 하는 공연관광 콘텐츠를 계발해오고 있다. 공연에 관한 자세한 진행 사항은 아리예술단 인스타그램(@ahrheeartcompany), 한국문화테마파크 인스타그램(@kctp_andong) 및 아리예술단 기획팀(010-7161-4596)으로 문의하면 된다. 해당 공연은 무료로 관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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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은 ‘케이-음악’ 뿌리... 해외 진출 다각도 지원문화체육관광부는 재외 한국문화원을 중심으로 ‘케이-음악’의 해외 진출을 위한 다양한 행사를 연중 진행한다. 문화원은 현지 유력 문화예술기관과 지속적으로 협력해 음악회 공동주최, 협력 공연을 기획해 클래식과 국악, 재즈 등 다양한 분야의 한국음악을 현지에 소개하고 있다. 주폴란드한국문화원(원장 이당권)은 8월 클래식 음악 축제인 ‘쇼팽과 그의 유럽 국제 음악 축제(International Chopin and his Europe Festival)’의 협력기관으로 참여하며, 케이비에스(KBS) 교향악단도 초청되어 협연할 계획이다. 주스페인한국문화원(원장 신재광)은 9월에 퓨전국악밴드 ‘동양고주파’의 무대를 스페인 대표 거리예술제 ‘라메르세(La Merce)’와 카탈루냐주의 전통 있는 예술시장 ‘메르캇 데 무시카 비바 데 빅(Mercat de Música Viva de Vic)’에서 선보일 계획이다. 주시드니한국문화원(원장 윤선민)은 6월에 호주 최대 도시축제 ‘비비드 시드니(Vivid Sydney)’와 협력해 ‘케이-인디 뮤직 페스티벌 X 비비드 시드니’를 개최한다. 문화원은 젊은 음악가들의 현지 진출을 위한 실질적인 가교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재즈 피아노 연주자 진수영은 주헝가리한국문화원(원장 유혜령)의 ‘상주예술가 제도’를 통해 2년간 문화원의 상주예술가로 활동하며 헝가리 모던 아츠 오케스트라(Modern Arts Orchestra)와 현지 재즈 음악인들과 협업하고 있다. 주뉴욕한국문화원(원장 김천수)은 3월에 시제이(CJ)문화재단과 ‘영코리안 아티스트 시리즈(Young Korean Artists Series)’를 공동으로 열어 김도연 밴드(가야금), 류다빈 밴드(재즈 피아노)의 공연을 지원하는 등 국내기업과의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문화원은 국악의 해외 진출도 다각도로 지원하고 있다. ▴주독일한국문화원(원장 양상근)은 5월, 경기민요 소리꾼 이희문 프로젝트 밴드의 해외 진출을 돕는다. 민요 가락에 디스코, 펑크, 레게, 재즈 등을 접목해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신선한 국악을 현지에 선보일 예정이다. ▴주스웨덴한국문화원(원장 이경재)은 9월, 국악 콘서트 ‘쿨투르베카(Kulturvecka): 한국의 소리’를 개최한다. 김덕수와 앙상블 시나위 공연을 통해 창작 국악의 진수를 스웨덴에 소개할 계획이다. 이 외에도 ▴주오사카한국문화원(원장 정태구)의 국악관현악과 일본 음악가 협연(4월), ▴주영국한국문화원(원장 선승혜)의 ‘제11회 케이-뮤직페스티벌(10~11월)’, ▴주홍콩한국문화원(원장 최재원)의 ‘프리스페이스 재즈페스트(Freespace Jazzfest)’ 계기 한국 음악인 초청지원(10월), ▴주멕시코한국문화원(원장 전우표)의 아리랑 콩쿠르 개최(10월) 등 연중 다양한 행사를 열어 한국음악을 알린다. 문체부 용호성 국제문화홍보정책실장은 "케이-팝으로 시작된 관심이 다양한 음악 분야로 확대되도록 재외한국문화원을 중심으로 케이-음악의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하겠다.”라며, "특히, 케이-음악의 원류인 국악의 뿌리 깊은 전통을 널리 알리는 데 다각도로 지원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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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매지농악,인천개항장 등 '국가유산 활용 대표 사업' 10건 선정문화재청은 '우리고장 국가유산 활용사업' 중 '대표 사업' 10건을 선정했다고 12일 밝혔다. 선정된 대표 사업들은 오는 2025년 2027년까지 사업운영·홍보활동 등에서 문화재청의 지속적인 지원을 받게 된다. '문화유산 야행' 사업에는 인천개항장 문화유산 야행과 강릉 문화유산 야행이, '전통산사 문화유산 활용' 사업에는 문화유산 의미를 오감 치유로 풀어보는 '칠불암 5감 힐링체험', 정보통신 기술(ICT) 실감 콘텐츠 체험 '보멍 들으멍, 마음에 새기다'가 선정됐다.차기 대표 사업 선정은 오는 2027년에 실시된다. 이번에 선정된 10건은 3년간 운영 평가를 토대로 차기 대표 사업 선정 시, 유지 또는 탈락될 수 있다. 대표 사업으로 선정된 사업에는 내년부터 약 3년간 사업 운영, 홍보 활동 등을 지원한다. 지역에 소재한 국가유산의 가치와 의미를 발견해 지역의 대표 관광자원이 되도록 지원하는 '생생국가유산' 사업에서는 ▲도 무형유산인 '원주매지농악' 전수관을 거점으로 다양한 공연과 회촌마을 이틀살기 등의 프로그램을 담은 '원주 매지농악과 생기복덕 생생문화유산 마을 만들기'(강원 원주시) ▲보물인 '마천목 좌명공식녹권'과 도깨비 설화를 인형극과 체험을 통해 친숙하게 기획한 '섬진강 도깨비마을'(전남 곡성군) ▲자연유산인 명승 '거창 수승대'를 비롯해 정자문화와 선비문화의 가치를 알리는 '정자따라 물길따라 국가유산 기행'(경남 거창군)이 선정됐다. 향교·서원을 생기 넘치는 문화공간이자 청소년 인성 함양 공간으로 조성하는 '살아숨쉬는 향교·서원' 사업에서도 3건이 대표사업으로 선정됐다. ▲조선 성리학과 월봉서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선비의 하루', '살롱드월봉' 등의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달의 정원, 월봉서원'(광주 광산구) ▲시 기념물인 '연기향교'에서 자연과 전통문화를 함께 즐기며 기후변화 대응 실천방안을 모색하는 '연기향교, 사람과 문화를 잇다'(세종특별자치시) ▲현대적 감각에 맞는 인문교육과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도 기념물인 '신항서원'의 옛 가치를 이어가는 '신항서원 휴식시대'(충북 청주시) 사업 등 3건이다. 밤에 즐기는 '문화유산 야행' 사업에서는 ▲인천개항장의 가치와 의미를 알려 대표적인 야간관광 명소로 발돋움하고 있는 '인천개항장 문화유산 야행'(인천 중구) ▲사적 '강릉대도호부 관아' 일대를 중심으로 다양한 역사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강릉 문화유산 야행'(강원 강릉시) 사업이 선정됐다. 지역에 있는 '전통산사 문화유산 활용' 사업으로는 ▲보물인 '경주 남산 신선암 마애보살반가상'과 함께 남산을 활동 무대로 신라 이전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문화유산이 주는 의미를 오감 치유(힐링) 주제로 풀어보는 '칠불암 5감 힐링체험'(경북 경주시) ▲묘법연화경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정보통신 기술(ICT) 실감 콘텐츠 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보멍 들으멍, 마음에 새기다'(제주 서귀포) 사업이 선정됐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국가유산을 활용한 우수 사업을 '대표 사업'으로서 축적·확대해 나가면서 전국에 있는 지역별 국가유산의 의미와 가치를 널리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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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세실풍류, 51명이 근현대춤 100년사 선보인다국립정동극장이 한국 창작춤을 이끌어온 근·현대 춤꾼들의 100년 여정이 담긴 작품을 선보인다. 한국 창작춤을 이끌어온 춤꾼 51명의 무대가 이번 달 매주 화·목요일 여덟 차례 공연이 이뤄진다. 배구자·최승희·조택원 등 신무용 시기 춤부터 2000년대 이후 컨템퍼러리 댄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변화해 온 우리 전통춤에서 신무용의 예술성을 감상할 수 있다. 근대 신무용이 등장한 1920년대부터 전후 무용학원 시대, 국립무용단 창단기, 1970년대 춤의 새로운 도화선이 됐던 한국창작춤, 현재의 컨템퍼러리 작품들까지 100년을 관통하는 우리 춤의 변화 양상을 살펴볼 수 있다. 근대 신무용기는 시대적 흐름과 함께 새로운 개념으로 한국창작춤의 태동을 알리는 시기였다. 4일과 9일에는 1920년대 신무용을 조명한다. 지난 4일 1920년대 서양 문화의 도입과 함께 우리 민족의 고유 정서를 바탕으로 새롭게 탄생했던 신무용이 선보였다. 배구자·최승희·조택원의 작품을 김선정·노해진·안나경·최신아·국수호·김형남·김호은이 무대에 올랐다. 신민요 ‘아리랑’을 우리나라 최초로 무대화하며 신무용의 선구자 역할을 했던 배구자와 신무용의 성행에 본격적으로 박차를 가함으로써 신무용 시대를 연 최고의 무용가 최승희, 조택원의 작품을 오늘날 새롭게 재현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었다. 국악평론가 윤중강의 맛깔스런 해설로 흥겹게 진행되었다. 1920년대 신무용 선구자 '배구자의 '에여라 노아라' 민요춤을 김선정이 재현했다. 객석은 첫 무대에서 흘러나오는 1920년대 뮤직박스에 이끌려 시간이동을 하게 된다. 막이 오르자 어두운 무대 배경에는 서서히 배구자의 춤자태를 보여주는 사진이 나오고, 밝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무용가는 잠시 그대로 배구자의 몸짓을 흉내 내고 정지 되어 서 있다가 춤을 시작한다. 지금으로부터 백년전 불려졌던 민요는 오늘날 불려지면서 지금 시대에서 느껴지는 정서보다는 다르게 젖어들었다. 소박하고 정겨웠다. 일상복을 입는 한복에 앞치마를 두른 이웃집 처녀가 집안 일하면서 노래를 부르다가 제 멋에 못이겨서 흥겹게 춤을 추는 모습이다. 첫 무대는 많은 박수를 받으면서 다음 무대가 더욱 기대되었다. 다음은 '배구자의 타령춤'을 노해진이 재현했다. 무대 배경에 나온 배구자가 입은 무용복과 똑같이 재단을 해서 만든 옷인데, 배구자는 색동무늬가 박힌 옷을 입었고, 무용가는 화려하고 커다란 꽃이 그린 무늬가 박힌 무용복을 입었다. 노해진은 배구자의 정서와 감성을 표현하려는 집중력 있는 연기력과 호흡이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물 흐르듯이 시간이 흘렀다. 일단 타령조로 불린 무용곡이 신났다. 따라서 부르고 싶은 충동이 일어났다. 그래서 타령조라고 붙였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배구자는 1936년 직접 부른 도라지타령, 천안삼거리 곡이 담긴 음반을 낸 가무악에 능한 예술가다. 이 두곡을 엮고, 배구자의 영상, 사진, 기사자료를 참조하여 만든 신민요춤이라고 소개가 되었다. 무용을 보여주는 동안 무대에서 나오는 영상에는 미국 자택에서 인터뷰하는 100세를 맞이하는 배구자 모습이 나오고 있었다. 1928년 발표한 아리랑은 조선인이 만든 최초의 신무용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그만큼 아리랑이 그 당시 최고의 유행가라는 것이 입증된다. 그만큼 배구자는 시대의 트랜드를 읽을 줄 아는 한국 근현대무용의 선구자인 것이다. 일제강점기 1937년부터 1941년까지 유럽, 남미, 미국 등 15개국 순회공연을 하면서 세계적 무용가 반열에 오른 최승희의 대표 작품 '초립동'과 '검무 격'은 안나경 무용가, 쟁강춤은 북한출신 최신아 무용가가 재현했다. 최승희는 현대무용 계열의 창작춤은 주목받지 못하다가 1934년 일본에서 조선풍 소재 창작춤을 발표하면서 대성공을 이루고 대스타로 부상하게 된다. 1937년 동경에서 초연된 '초립동' 춤을 1995년 김백봉이 새로이 안무한 작품을 안나경이 무대에 올렸다. 신명나는 밀양아리랑 선율에 맞추어서 빠른 템포로 추었는데, 허공에 들었다 났다하는 발동작을 앙징맞게 연출하며 누나같은 색시앞에서 재롱을 부리는 천진난만한 어린 신랑의 모습을 자연스레 연출하면서 큰 박수를 받았다. 최승희의 상장적인 춤이라고 하는 쟁강춤은 북한무용을 대표하는 무용이다. 최승희의 쟁강춤은 무희춤이라고 불리는데, 최승희의 '무희' 춤을 바탕으로 여러 명의 무용수가 나오는 군무이기 때문이다. 쟁강춤은 손목에 '쟁강, 쟁강' 소리를 내는 쇠팔찌를 걸고 흥겨운 리듬을 울리면서 추는 춤이며, 본 작품은 지난날의 '쟁강춤'을 현대적 미감에 맞게 재형상하여 훌륭한 무대 예술 작품으로 완성한 특색있는 춤이다. 북한출신 최신아 무용가가 최승희 직계 제자답게 시원시원하게 보여 주었다. 1987년 파바다가극단에서 최승희 직계제자 김응범 선생에게서 쟁강춤을 배웠다. 남한 지역 전통 춤사위는 대개 느린 템포로 정중동을 표현한다. 여기에 북한 춤사위는 러시아 예술의 영향으로 남한보다 훨씬 빠른 템포를 유지한다. 한 시간이 넘는 무대를 남한춤만 채우기보다는 북한춤도 함께 보여주면 음악적 바란스가 안정적이라고 본다. 무대는 지루하면 안되기 때문이다. 특히 국외동포들에게 전통 춤사위만 보여준다면 러브콜이 없는 무대로 기억될 것이다. 2019년 러시아 사할린아리랑제 무대에서 최신아가 선보인 쟁강춤으로 러시아 동포사회와 시민들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오늘 무대에서도 연기력이 뛰어난 최신아는 쟁강춤을 완벽하게 선사했다. 그 댓가로 우뢰와 같은 관객의 박수를 선물로 받았다. 검무 격(格)은 검무는 신라 시대 때부터 만들어져 내려오던 검무를 모티브로 1934년 창작된 최승희의 대표 작품 중의 하나이다. 검무가 원형을 잃어버리고 검의 움직임만을 주로 담은 섬약한 모습 무사(武士)의 검무, 즉 검술의 무도정신을 이어받은 움직임들로 창작했다. 작품 '검무_격格'은 김백봉이 최승희의 원작 '검무'를 1995년 격(格)이라는 부제로 안무 발표한 작품이다. 무예를 닦는 무인의 기백과 그 속에 깃든 기혼(氣魂)의 이상경(理想境)을 하나의 격의 경지로 표현했다. 안나경은 최승희의 춤사위를 체화하고 자신있게 보여주었다. 신라를 상징하는 금관악기와 금색이 도는 금으로 만든 신발 등 화려한 금색 치장은 신라에서 숭상하는 검을 숭상하는 검도정신을 춤으로 형상화했다. '조택원의 가사호접(袈娑胡蝶)'을 국수호가 재현했다. 전문가에 의하면 그 시설 조택원의 춤사위를 잘 표현했다라고 평했다. 원로 무용수답게 완숙한 선과 호흡을 선사하여 기장 큰 박수를 받았다. 조택원의 가사호접(袈裟胡蝶)은 조택원이 1935년 경성공회당에서 가진 제2회 신작무용발표회에서 초연한 작품이다. 초연 당시의 제목은 '승무(僧舞)의 인상(印象)'이었으나 이후 시인 정지용에 의해 '가사호접'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한국에서 창작춤을 위해 처음으로 음악을 작곡한 작품이었고, 작곡은 김준영이 맡았다. 작품은 속세를 동경한 승려가 심산유곡을 버리고 새벽녘에 사바세계로 내려오며 시작된다. 가사를 벗어 던지고 환희와 광란의 춤을 추던 승려는 지쳐 쓰러져 생각한다. 불교에 의지하던 옛 시절을 그리워하며 다시 가사를 집어 들고 산에 가려 해보나 이미 파계승이 되어 돌아갈 수 없다. 앞으로도,뒤로도 갈 수 없는 승려는 가사를 집어 던지고 다시 한번 생각한다. 가사호점은 승려의 파계와 귀의 과정에서 겪는 고뇌와 희열을 한국의 춤사위로 표현하고 있다. 조택원의 만종'을 김형남·김호은이 재현했다. 만종이라는 명화를 재해석하여, 신선한 스토리를 상상하게 하고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 춤사위가 아름다웠다. 남과 여의 호흡이 잘 어울어져서 펼쳐지는 큰 원 속에서 마치 두마리 나비가 사랑을 찾아서 희롱하는 모습은 객석을 행복하게 해주었다. 조택원의 만종은 19세기를 풍미한 화가 장 프랑수아 밀레의 그림 '만종'과 프레데리크 쇼팽의 '야상곡'에 영감을 얻어 창작된 2인무다. 조택원의 집 2층에 살고 있던 음악가 김생려는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 엘만이 피아노곡을 바이올린곡으로 편곡한 쇼팽의 '야상곡'을 밤낮으로 연습하고 있었다. 하루에 수십 번씩 연주를 듣던 조택원은 마침 방에 걸려있던 밀레의 그림 '만종'을 보고 영감을 받았다. 만종은 1935년 경성공회당에서 열린 조택원의 제2회 신작무용발표회에서 초연된 작품이다. 경건한 기도를 드리는 부부가 '야상곡'에 맞춰 움직이는 것만 같았다. 비길 데 없는 평화와 고요, 비현세적인 경건함과 헤아릴 수 없는 자연의 신비가 조택원의 머리에서 춤을 추었고, 상상을 실현하여 작품 '만종'이 창작되었다. 한편 9일에는 신무용 2세대 김진걸·김백봉·최현·황무봉·최희선·송범의 작품을 정민근·안귀호·정혜진·김혜윤·윤미라·손병우·김장우·최영숙이 선보인다.11·16·18·23일에는 다양한 표현기법으로 새로운 한국춤을 모색했던 1970년대 이후의 한국 창작춤을 만나볼 수 있다. 무용 전문 조직체와 교육기관이 설립되며 더욱 다채롭고 창조적인 춤이 등장했던 시기다. 당대를 대표하는 김매자·배정혜·국수호·문일지의 작품 등 창작춤 24편이 4회에 걸쳐 공연된다. 25·30일에는 한국 춤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은 컨템퍼러리 춤꾼들의 작품 12편이 무대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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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혜의 '시간의 얼굴' 작품전, 16일 개막칠순을 넘어서는 길목에서 중견작가 김경혜(영남이공대 명예교수) 작가의 열번째 작품전이 오는 16일부터 25일까지 10일간 대구시 중구 슈바빙 갤러리에서 열린다. 전시되는 총 50여 개 작품전의 주제는 '시간의 얼굴'이다. 전통 한지와 먹으로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을 표현했다. 30여 년전 파리 유학 중에서부터 구상해 왔던 작품전이다. 한지라는 캠퍼스에 한지를 오려 부치고 먹을 입혔다. 한지를 보면 볼수록 시간을 넘어서는 초월적 재질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3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한지 작품전을 준비하는 김작가가 한달 전 대구시 작업실에서 이 작품을 보여 주면서, 우리는 아직도 전통문화예술에서 가져 올것이 많다는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나는 관객의 입장에서 출품작을 감상하면서 기본적인 질문을 던져 보았다. Q.이번 작품 주제에 대해 설명하신다면 A. 50여 개 작품명은 '존재와 시간'이고, 하나 하나는 시리즈입니다. 주제는 '시간이라는 길 위에서 존재'입니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거스를 수 없죠. 이제, 비로소 시간이라는 길위에 서있는 나 자신과 마주 앉아 나는 누구인가? 왜 그림을 그려야만 하는가를 묻게 되었는데, 하이데거(M.Heidegger)말처럼 시간이라는 길 위에서 존재를 되새기며, 인간의 존재는 시간아란 개념에 대해 생각하는 근원이며, 한편으로는 그 시간에 실려서 흘러가는 존재이죠. 그러나 인간은 한쪽 발은 영원성에 담그고 다른 한쪽 발은 시간성에 담그고 있는 이중 구조의 존재이죠. Q.이번 작품은 크게 흰색 한지의 면과 검은 먹으로 표현한 선이 대비되어 주제가 강렬하게 강조되네요 A.이번 작업은 시간 속에서의 존재를 표현해 보았죠. 존재를 근원으로 한지를 선택하여 접고 잘라서 운명을 표현했고. 삶이라는 것을 가늘고 긴 실로 단순한 선과 형상으로 작업해 보았다. 정리하면 존재를 상징하는 공간은 면으로, 삶은 가변성 있는 선으로 표현했다. 검은색과 흰색은 크게 존재의 빛과 그림자로 대비되는 효과를 내고 있죠. Q.이번 작품은 주제를 먼저 선정하고 '한지'를 택하셨는지요, 아니면 한지에 꽂히셨는지요. A.새로운 것을 경험하려고 떠났던 유학 시절에 나의 정체성에 대한 갈등과 방황을 가라 앉혀 준 것이 한지였다. 목판화를 찍으면서 선명하고 투박했던 그 맛! 특히 검은색 한지는 진중하면서도 무언가를 가득 품고 있는 것 같은 그러면서도 자연스럽고 무궁한 깊이가 있다. 언젠가 한지를 제재로 표현하고 싶었죠. 그러다가 칠순이 넘으니 인간이라는 존재와 주어진 삶의 시간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었죠. 그렇게 자연스럽게 한지와 연결되었죠. Q. 관객으로서 이번 작품 중 (위 사진) 이 작품이 눈에 가장 처음 들어왔습니다. 제가 느끼는 건데요. 반쪽 얼굴 모습은 사람의 존재와 고뇌를 나타내는 것이 아닐까요. 빨간 색실로 한올 한올 꿰맨 작품에 대헤 설명해 주세요. A. 금방 찢어질 듯이 얇은 한지와 언제 끊어질지 모르는 한 올의 실은 삶의 지평에 서 있는 우리들의 존재를 표현하기에 적합한 재질이다. 시간의 길 위에서 수많은 얼굴을 만났다. 자신에게는 너그럽지만 타인에게는 엄격하고 냉철함에 놀라서 몸서리쳐졌고, 삶과 죽음이란 끝을 알 수 없는 무한성에 막연하고 두려웠다. 그러나 빠르게 변하고 있는 세태의 변화 속에서도 그들의 얼굴은 숭고하고 경이로웠다. 한편으로 반쪽 얼굴의 형상은 인간의 이중성을 상징하는 마스크를 쓰고 사는 사람들이 떠오른다. 그러나 그 얼굴은 규칙적인 도형이 반복되는구조를 빨간색실로 연결되어 있다. 누구에게나 따뜻한 피가 흐른다는 것이 아닐까. Q. 반쪽 얼굴은 그런 인간의 이중성을 표현하고, 삶과 죽음이란 경계를 표현한 것인가요. A. 존재, 즉 인간의 빛과 그림자, 선과 악을 표현하지요. 누구나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 이중성을 가지고 살아갈 수 밖에 없지요. 그러나 다행히 인간이란 존재의 시간 앞에 누구나 공평하지요. 신앞에 선 인간은 시간성에 대해 거부할 수도 저항할 수도 없는 한 존재로서 받아들여야지요. 그래서 나는 언제 어디서나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죽을 힘을 다해서 할뿐이지요. Q. 작품을 설명하시면서 20세기 독일 철학을 대표하는 실존주의자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을 운운하셨는데, 이번 작업 과정은 어떻게 이루어졌나요 A. 하이데거의 '시간성(時間性)'을 표현하고 싶었죠. 현존재의 존재의미가 과거·현재·미래의 삼상(三相)의 통일인 시간성으로서 제시했죠. 인간 하나 하나가 시간적·역사적 존재라고 설명하죠. 제가 이 부분에서 한 단면을 잘라서 제 나름대로 확대해석한다면, 개인 하나 하나가 역사를 만들어가는 공동체 구성원이라는 거죠. 그만큼 사람들은 삶 앞에서 사람을 귀하게 여겨야 한다는 거죠. 특히 지나가는 시간앞에서... Q.색상이 다른 4개의 한지가 잘려서 부친 이 작품은 어떤 의미인가요. 언뜻 두툼한 누비한복이 떠올랐습니다. (위 사진) A. 전통한복에서 모티브를 받은 작품이지요. 작품 구조는 면과 선을 표현했죠. 의식의 저편의 기억과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먹을 갈고, 드로잉하고, 종이를 접고, 자르고, 붙이면서, 시간의 무한성과 유한성을 형상화 했죠. 접은 한지의 사각면은 무한한 시간(세월)의 중첩을 표현하고, 한땀 한땀 한줄로 박음질을 한듯한 세로 선으로 접힌 주름은 지금 이 시간에 실존을 느끼는 동시에 정지된 시간의 흔적, 즉 유한성을 한지에 표현하고 싶었죠. 장승의 얼굴에 영감을 받고 장승을 주제로 한 작품전을 가졌던 김작가는 영남이공대에서 재직하면서 학생들에게 상업미술을 기반으로 한 복합미술 장르를 지도하면서 민속학이 가지고 있는 전통문화예술 콘텐츠에 눈뜨게 된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라야 세계로 나갈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후 2010년 안동국립대학교 민속학과에서 '조선후기 생활판화의 미의식과 기능'에 대한 연구(지도교수 임재해)로 박사학위를 받고 나서, 민속학과 현대미술을 연결해 보고자 대학에서 학생들과 많은 실험을 시도해보고 지도해왔다. 많은 재학생들에게 전통에 대한 재해석 확장에 큰 성과가 있었다고 한다. 유럽 예술의 중심지 파리에서 당시 한국 전통문화예술을 모티브로 한 주제작품은 많은 관심을 받기 시작할 때다. 서양화가 전공자 김작가는 파리 유학 중에 한국 전통문화를 그리워했다. 이때 김작가는 전통한지의 예술성과 다양성에 꽂히고 만다. 한민족은 오랫동안 전통 한지라는 재료로 만든 문필도구, 가구, 밥상, 장신구, 한복, 신발 등을 실생활에서 누려왔다는 것을....그리고 여기에 재질의 질과 색상 등 변화가 무한하고 바라만 봐도 아름답다는 것을 느끼고 감상하게 된다. 이후 김작가는 한국에 돌아와서 한지 작업에 몰두하여 왔다. 한지와 모더니즘 작품을 연결시켜 보고자 많은 시도를 해왔다. 민속학을 기반으로 재해석하여 내놓은 이번 작품전에서 관객들이 신선한 영감을 받으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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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악관현악단의 관현악시리즈 III ‘한국의 숨결’[국악신문 정수현 전문기자]=지난 3월 29일, 국립국악관현악단의 관현악시리즈 III ‘한국의 숨결’이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펼쳐졌다. 이날 공연에서는 국내 합창음악의 선두 주자인 국립합창단과 함께 우리 전통의 정서를 담은 한국적 색채의 ‘시조 칸타타’와 장르 간 경계를 허문 현대적 색채의 ‘천년의 노래, REBIRTH’ 두 곡이 선보여졌다. KBS국악관현악단 상임지휘자 박상후 지휘로, 국립국악관현악단 72명과 국립합창단 54명, 소프라노, 테너, 정가 가객 등 130여 명이 무대를 가득 채워 웅장한 합창을 들려주었다. 1부에서는 이영조 작곡의 ‘시조 칸타타’를 소프라노 이유라, 테너 신상근, 정가 하윤주의 협연으로 감상할 수 있었다. 칸타타(cantata)는 이탈리아어로 ‘노래하다’(cantare)에서 유래한 용어로, 17세기 초 이탈리아에서 유행한 기악 반주에 독창·중창·합창이 어우러진 성악곡이다. ‘시조’는 문학이자 음악의 한 갈래로, 조선 시대 유행한 시조에는 당시의 시대적인 정서와 상황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 두 장르가 결합한 ‘시조 칸타타’는 이영조가 새롭게 만든 장르로, 각기 다른 시공간에서 태어난 두 성악 장르가 조화를 이루어 각각 고유의 어법을 지닌다. 이영조 작곡가는 "한국 전통음악이라는 우리만의 진솔한 맛을 서양의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악곡 형식의 그릇으로 담아낸 곡”이라고 밝혔는데, 그 말처럼 전통적이면서도 서구적인 매력이 함께 존재하는 무대였다. ‘시조 칸타타’는 ‘자연’, ‘사랑’, ‘효’ 세 갈래로 나뉘어 구성되었다. 무대를 꽉 채운 국립국악관현악단과 국립합창단의 웅장하고 화려한 합창과 합주로 무대가 시작됐다. 합창단과 관현악단의 균형 있게 나뉜 성부가 자아내는 온전하고 편안한 화성 진행 안에 노래와 연주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관현악 연주는 전통 음악 어법이나 음계가 다양하게 활용되기보다는 서양 음악적 스케일이 사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빠르고 화려한 패시지로 연주되기도 하고, 서정적인 화성 진행이 다양하게 활용되기도 했다. 소프라노의 고음과 대금의 청소리가 함께 연주해 질러낸 부분은 국악기와 합창의 어울림에 대해 고민한 작곡가의 섬세함이 돋보였다. 음악은 자연 안에 거하라는 주제를 가지고 경외감이 드는 웅장함을 자아냈고, 이어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다룬 곡이 솔리스트들의 노래로 불렸다. ‘봄’은 웅장하면서도 힘 있는 3박으로, 한국 가곡 느낌이 나는 합창과 연주로 진행되었다. 중간중간 계면조의 꺾는음을 사용하는 등 전통 어법이 녹아든 한국적 색채가 묻어났고, 합창단의 노래는 레퀴엠(Requiem)이 연상되며 엄숙한 느낌을 주었다. 이어 해금과 아쟁, 스트링의 장난스런 활놀음으로 분위기가 밝게 전환되며 소프라노 이유라의 솔로가 얹혔다. 그는 ‘지지배배’ 등 새의 울음소리를 흉내 내며 경쾌하고 빠른 패시지로 노래해 성악의 매력을 선보였다. 대금과 소금은 마치 플루트와 피콜로의 음색을 따라 하는 듯한 표현으로 연주했고, 오페라 마술피리 중 파파게노와 파파게나의 이중창이 떠오르며 유쾌하면서도 밝은 봄의 따스함이 그려졌다. ‘여름’은 느리고 애절한 느낌 가운데 테너 신상근의 아련한 음색으로 시작됐다. 이 곡은 소리북이 곡을 이끌어가며 장단으로 박을 잡아간 것이 인상적이었다. 느린 시조를 서양 성악으로 노래하는데, 그 위에 소리북 특유의 채편 소리가 얹히니 신선하고 새로운 판소리를 듣는 듯했다. 이어 연주된 첫 번째 ‘가을’은 피리의 서정적이고 전통적인 독주로 시작하여 부드럽고 평온하게 흘러갔고, 그 위에 가객 하윤주가 ‘월정명’으로 시작하는 가사를 얹어 노래하기 시작했다. 정가 특유의 표현이 묻어나며 전통적인 느낌을 물씬 자아냈는데, 관현악 또한 흔들고 꺾어내며 힘 있는 아름다움을 나타냈다. 바로 이어진 두 번째 ‘가을’은 합창단의 남성들이 유니즌(Unison, 몇 개의 악기 혹은 오케스트라 전체가 같은 음 혹은 같은 멜로디를 연주하는 일)으로 앞서 불렸던 ‘월정명’의 가사를 받아 노래했다. 그들이 불러내는 선율은 정가의 표현을 그대로 흉내 내 꺾고, 흘리고, 시김새를 활용하여 전통적인 색채를 표현하였다. 서양 음악적인 화성 진행이 사용되고 각 성부마다의 매력을 다르게 주어 노래하니 마치 그레고리안 성가를 듣는 것처럼 엄숙하고 신성한 느낌을 주기도 했는데, 그 선율 진행은 전통 가곡다웠기에 더욱 묘하고 매력적이었다. 지조 있고 절개 있는 대나무를 표현하듯 웅장하고 화려하던 ‘겨울’은 영화음악 같기도, 현대음악 같기도 했다. 오묘하고 독특한 화성 진행은 어디로 튈지 모를 느낌을 주었고, 반음계와 다양한 텐션(Tension, 기본 화성 위에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비화성음을 쌓는 것)을 활용함으로써 신비한 느낌을 주었다. 두 번째 파트 ‘사랑’은 테너 독창자가 부채를 들고 노래하여 이목을 집중시켰다. 사랑을 비유 대상으로 표현한 이 곡은 춘향가 중 사랑가가 연상되었는데, 테너 음색으로 판소리처럼 노래하니 더욱 색다르고 특이했다. 서양음악적인 음악 진행과 전통 음악 어법의 조화야말로 한국적 칸타타의 가장 큰 매력임이 분명했다. 마지막으로 연주된 ‘효’의 첫 번째 곡 ‘하늘 땅’은 세 명의 솔리스트(소프라노, 테너, 정가 가객)가 함께 주고받으며 노래했다. ‘효’를 주제로 한 우리 시조 안에서 서로 다른 음악적 표현과 음색이 한데 어우러지며 자연스럽게 섞여 들었다. 마지막 곡 ‘아버님 날 낳으시고 어머님 날 기르셨으니’에서는 부모를 그리고 공경하는 마음이 합창으로 깊이 드러나, ‘효’를 중시하는 한국 문화를 예술적이고 평온하게 표현하였다. 2부에서는 한국을 대표하는 지성이자 석학인 이어령 선생이 조감해 온 우리 민족의 이야기를 가사와 음악으로 담아낸 ‘천년의 노래, REBIRTH’를 만날 수 있었다. 2021년 ‘천년의 노래, REBIRTH’에서 위촉 초연된 작품으로, 시대의 지성이었던 이어령 선생의 한국 문화론이 담긴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한국인의 신화’, ‘뿌리를 찾는 노래’, ‘한국인 이야기’ 등에서 발췌한 내용이 노랫말로 엮여있다. 앞서 1부에서 연주된 ‘시조 칸타타’가 고전적이고 전통적이었다면, ‘REBIRTH’는 조금 더 대중적인 표현이 가미된 느낌이었다. 우효원 작곡가는 이어령 선생의 많은 저서 속에 담긴 아름다운 우리 민족의 이야기와 깊은 성찰의 언어를 총 5개의 악장에 담아냈다. 편종과 오션드럼(Ocean Drum), 목탁, 정종 등의 특수 타악기가 자아내는 고요하고 평온한 분위기 속에 거문고를 시작으로 악기들이 점점 들어오며 발전됐다. 하나의 동일한 리듬 형태의 리프를 반복시키며 커진 음악은 평화로운 우리나라의 금수강산이 그려지는 듯했고,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이미지를 전통적이고 평온하게 그려냈다. ‘흙, 바람, 눈물’과 ‘MEMENTO MORI’(죽음을 생각하라)는 웅장하고 화려했다. ‘흙, 바람, 눈물’에서 합창단이 가사의 내용에 따라 다르게 만들어내는 다이내믹은 곡의 음악적 완성도를 높였다. 예를 들어 ‘악운’이나 ‘가난’ 같은 부정적 단어는 강렬하고 세게 질러내다가도, 내 땅이라 다짐한다는 긍정적인 가사는 간절하면서도 서정적으로 불러냈다. 감정적인 노래와 연주는 마치 뮤지컬이나 오페라 같은 하나의 극을 보는 듯 눈을 뗄 수 없었다. 이어령 선생이 자주 강조했던 ‘MEMENTO MORI’는 존 노의 테너 독창으로 함께했다. 깔끔하고 완성도 높은 다이내믹이 인상적이던 그의 음색은 죽음의 본질과 두려움을 노래하며 모두에게 다양한 생각을 안겨주었다. 성대한 합창으로 희망을 노래한 ‘노래여, 천년의 노래여’는 우리나라를 많이 아끼고 사랑하던 이어령 선생의 마음이 가사로 고스란히 드러났다. 아득한 추억을 그리는 듯 고요한 소아쟁의 음색과 대중적이고 단정한 코드 진행, 풍성한 연주와 음악적 빌드업에 마음이 차올랐다. 음악의 절정에 이르러 타악기 연주자들이 사물놀이를 연상시키는 합주를 하며 우리 민족의 흥을 깨워냈고, 대금의 서정적인 아리랑 선율로 이어지며 우리 민족의 노래인 아리랑의 선율로 구성된 ‘환희의 아리랑, REBIRTH’가 연주되었다. 4중창 성악가들이 합세하여 다 함께 부르는 아리랑이 무대를 감쌌다. 각 성부의 조화가 새로 편곡된 아리랑 선율을 화려하고 아름답게 노래했고, 모두가 흥겹게 부르는 ‘판’을 만들어냈다. 한국인의 한과 흥을 물씬 느낄 수 있던 무대였다. ‘시조 칸타타’는 ‘자연’과 ‘사랑’, ‘효’를 주제로 합창과 독창, 국악관현악이 어우러지게 구성되었다. ‘천년의 노래, REBIRTH’는 한민족의 삶, 한과 흥을 다양하게 표현했다. 이 두 무대는 과거의 선조들로부터 현재의 우리, 미래의 세대가 살아갈 이 땅에서의 모든 감정과 순간을 예술로 승화시켰다. ‘아리랑 부를 때 너와 나 되네, 쓰리랑 부를 때 우리가 되네’라는 가사처럼, 함께 살아왔고 함께 살아갈 이 땅의 우리가 더욱 지켜나가고 그려나갈 것에 대해, 그리고 국악관현악과 서양 합창이라는 새로운 형태가 보여준 ‘함께’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본다. 우리 정서가 살아 숨 쉬는 동시에 서양 고전 형식이 조화롭게 그려나간 이번 무대처럼, 배려하고 사랑하며 더불어 살아갈 우리의 삶과 예술을 더욱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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眀嘉 강선영 탄생 100주년 ‘불멸의 춤’ 되새긴다명가 강선영선생(1925~2016) 춤 인생을 돌아볼 수 있는 무대가 제자들에 의해 준비되었다. 오는 14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근대 춤의 시조 한성준 선생 작품 신선무, 훈령무, 한량무, 검무, 강선영 춤 인생의 정수를 보여줄 태평무까지 펼처진다. 타고난 안무가적 기질로 많은 무용극을 창작해왔고 그의 대명사로 지칭되는 태평무는 '몸과 마음이 일치된 예술 춤'이라는 찬사와 함께 ‘한국 명무’의 반열에 올랐다. 1998년 전통문화에 대한 올바른 전승과 보존을 꾀하고, 재능 있는 춤꾼들의 발굴 양성과 개방화된 무대를 제공하기 위해 태평무 전수관을 건립하였다. 이번 무대는 제자들의 출연과 태평무 음악 이수자인 김덕수(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명예교수) 선생이 음악감독을 맡았다. 조흥동(대한민국예술원 회원, 강선영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회장), 양성옥(국가무형문화재 제92호 태평무 보유자), 김근희(경기문화재 제53호 경기검무 보유자) 등의 무용계 중추인 중진·중견 무용가들이 함께하는 큰 춤판이다. 선생의 유언(?)을 떠 올리는 무대가 기대 된다. "나는 옛날부터 예술가들이 무대에서 춤추다가 죽고 싶다는 말을 가장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만약 무대가 아니더라도 내 기력이 쇠약하여 기진할 때까지 나는 항상 현장에 서 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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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관의 ‘국악-신반’ <20>김화복 거문고 <The odyssey for rebirth>-처음으로- 한양대학교에서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취득한 김화복 거문고 연주자의 2번째 음반이다. 연주자는 국가무형문화재 제1호 종묘제례악 이수자로 여러 교육기관에 출강하고 있다. 2021년에 전통음악 음반 김화복 거문고산조 <현금현금(現今玄琴)>을 선보이고 이번에 창작곡 음반을 출반하였다. 음반에는 5곡(17트랙)이 수록되어 있다. 첫 곡(2악장)은 연주자 작곡으로 독주곡 ‘령초’이다. 도드리 가야금 선율의 위상수학적인 분석을 AI를 적용하여 만든 곡이라고 한다. 이경은 작곡의 4악장의 ‘9-to-5’는 끊임없이 물질적 성장과 발전을 추구하며 살아온 모습을 타악과 같이 그려내고 있고, 김명옥 작곡의 4악장 ‘빈,’은 아쟁과 2중주로, 이예진 작곡의 4악장 ‘이어짐’은 대금과 2중주로, 이상규 작곡의 3악장 ‘금향다원’은 처음으로 돌아가 지속 가능한 환경을 소중하게 지켜내겠다는 다짐을 대금 장구와 같이 표현하고 있다. 해설서에는 곡 설명이 한글과 영어로 수록되어 있고, 연주자, 작곡가, 협연 연주자 프로필이 잘 실려 있다. 연주자는 인간과 자연은 사랑하고 아껴야 하는 관계임을 인지하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모든 것을 비워내고 있다. 정효성의 가야금 <줄 위에 머문 환상> 서울대학교에서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취득한 정효성 가야금연주자의 첫 음반이다. 연주자는 가야금앙상블 ‘사계’, 가야금솔로이스츠 ‘jul’, 아시아금교류회 등의 활동을 통해 섬세하면서 창의적인 음악으로 꾸준한 활동을 해온 연주자이다. 음반에는 다양한 편성으로 5곡(11트랙)이 수록되어 있다. 25현금과 현악4중주의 ‘줄 위에 머문 환상’(작곡:백병동), 산조가야금과 25현금의 ‘농학’(작곡:백병동), 25현금 독주의 ‘깃털의 무게’(작곡:박순아), 2대의 25현금과 Bass가야금의 ‘아르키메데스의 법칙’(작곡:안진), 17현 가야금삼중주의 ‘17현금 3중주를 위한 달하노피곰’(작곡:황병기)이다. 서양음악을 전공한 작곡가의 작품과 가야금 연주자 겸 작곡가의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연주자는 "가야금이 만들어내는 음악은 과거에서 현재를 지나며 악기의 모습과 함께 점점 다양해져 왔다고 하면서 이제 전통과 창작이 공존하는 음악을 통해 연주자의 경험과 생각들이 깊이 배어나고, 오늘 안에서 함께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기를 원한다.”고 한다. 해설서에는 곡 설명이 잘 나와 있다. 유튜브에 음악이 트랙별로 일부가 올라가 있다. 고영열 <피아노병창 춘향> 한양대학교 국악과를 졸업한, ‘판소리계의 라이징스타'라고 부르는 고영열의 음반이다. 2020년 ’JTBC 팬텀싱어 3‘에 참가해 성악가, 뮤지컬 배우들과의 블렌딩 능력, 프로듀싱 능력 등 뛰어난 음악성을 보여주며 결승 12인에 진출했고 김바울, 존 노, 황건하와 함께 라비던스를 결성해서 준우승을 거뒀다. 최근에는 퓨전국악, 크로스오버 등 다양한 분야와 협연하며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가장 한국적인(?) 크로스오버 음반이라는 피아노병창 <춘향>이다. 21트랙에 담은 <춘향>은 소리꾼의 새로운 해석과 작곡, 편곡으로 작업되었으며, 전통적인 북 반주가 아닌 서양악기 피아노에 전통소리를 얹어 부른다. 곡에 따라 플루트(이규재)이 첼로(김솔다니엘)가 합세하기도 한다. 전통으로 머물고 있는 ‘판소리 춘향가’가 아닌 지금도 우리 곁에 머물고 있는 ’춘향‘을 저음으로 만들어 내고 있다. 해설서에는 소리꾼의 여러 사진과 가사가 수록되어 있다. "녹음을 하는 매 순간 춘향의 이름처럼, 봄날의 향기가 느껴졌습니다. 이 음반을 들으시는 모든 분들이 사시사철 춘향과 같은 향기로만 가득하시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이 소리들을 선물합니다.” 소리꾼의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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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왕인문화축제 개막, 100리 벚꽃길'2024 영암왕인문화축제'의 막이 28일 올랐다. 이번 축제는 전통과 현대의 가치가 어우러지는 다양한 공연과 프로그램으로 국내외 관광객을 맞이한다. 개막식 시작을 알리는 식전행사로 성향예술단의 국악 공연이 선보였다. 국악의 현대적 재해석을 통해 축제의 시작을 더욱 뜻깊게 만들었다. 식전공연 이후 고향사랑기부제와 군민장학금 기탁식이 열렸으며 학산면 출신 현의송씨의 왕인상 수상, 김한남 향토축제추진위원장의 공식 개막선언 후 축제 성공 기원 세레머니가 이어졌다. 개막식에 이어 영암왕인문화축제 최초로 왕인테마퍼레이드가 야간에 열린다. 퍼레이드 '미래를 향한 발걸음'은 영월관 앞에서 출발, 목적지인 상대포역사공원까지 화려하고 의미 있는 행진을 펼친다. 전통과 미래의 조화, 그리고 구림마을 대동계의 유지를 받들어 지역사회의 단결과 화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퍼레이드의 종착지인 상대포역사공원에서는 실경산수공연 '월인천강'을 선보인다. 상대포의 아름다운 야간경관을 배경으로 영암의 전통문화와 역사를 아름답게 표현한다. 축제는 31일까지 '시공초월:왕인의 문화, 빛이 되다'를 주제로 영암의 100리 벚꽃길과 왕인박사유적지, 상대포, 구림마을 등 다양한 장소를 배경으로 열린다. 왕인박사의 업적을 현대의 관점으로 재해석해 문화·예술·전시·교육 프로그램으로 신선한 경험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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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연주자 시리즈 ‘국악관현악-공존(共存)’[국악신문 정수현 전문기자]=지난 3월 22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서울시국악관현악단 2024 명연주자 시리즈 ‘공존(共存)’ 무대가 펼쳐졌다. ‘명연주자 시리즈’는 동시대 최정상의 연주자들을 조명하는 서울시국악관현악단 대표 레퍼토리 공연으로, 2022년부터 시작되었다. 올해 3회차에 접어든 명연주자 시리즈는 ‘공존(共存)’을 주제로 하여 동서양의 다양한 음악적 배경과 주제가 함께 했다. 올해 선정된 명연주자는 이지영(가야금/서울대학교 교수), 양성원(첼로/연세대학교 교수), 이나래(대금/서울시국악관현악단 수석) 총 세 명이었으며, 지휘는 앙상블 밴 음악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는 조상욱이 맡았다. 첼리스트 양성원이 협연한 ‘첼로와 국악관현악을 위한 미제레레(Miserere)’로 무대가 열렸다. 양성원은 연세대학교 음악대학 관현악과 교수와 제 4대 평창대관령음악제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대한민국 대표 첼리스트이다. 그는 쾌자를 연상케 하는 퓨전 정장을 입고 들어와 연주를 시작했다. 발현악기들의 피치카토(Pizzicato, 현을 손가락으로 튕기어 음을 내는 방법)를 발판 삼아 첼로의 부드럽고 서정적이면서도 힘 있는 솔로 연주가 시작되었다. ‘미제레레(Miserere)’란 아름답고 영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종교적인 단선율 성가이다. 이번에 연주된 김성기 작곡가의 ‘미제레레(Miserere)’는 라틴어 ‘미제레레(Miserere)’의 억양을 이용한 주제를 바탕으로 그의 사상과 감정을 담았다고 한다. 본래 성가곡은 반복적이며 단순하게 진행되는데, 그와 같이 이 곡에서도 ‘F, Ab, G, Eb’으로 구성된 네 개의 음과 동일한 형태의 리듬이 첼로 독주와 관현악 반주에서 끊임없이 반복되며 그 테마를 가지고 변형, 발전됐다. 첼로는 격정적이고 열정적으로 활을 긋다가도, 여리고 부드러운 소리로 간절한 감정을 노래했다. 관현악은 분위기를 조성하는 정도로 활용되었는데, 마이너하고 엄숙한 느낌을 주었다. 양성원 연주자가 연주하는 첼로 연주에는 강한 카리스마가 존재했다. 중후하고 우직한 저음으로 시작해 화려하고 힘 있게 달려가는 다이내믹한 연주에는 눈과 귀를 뗄 수 없는 특별함이 존재했고, 자유로우나 어딘가 종속되어 있는듯한 종교적인 느낌이 과하지 않은 진지함과 웅장함을 선보였다. 안현정 작곡가의 ‘대금 폴로네이즈를 위한 A Beautiful Life’는 17세기 폴란드의 춤곡 ‘폴로네즈’를 바탕으로 한 대금 협주곡이다. 새소리와 오션드럼(Ocean Drum)이 내는 파도 소리가 어우러지며 자연 친화적인 무대가 열렸고, 그 위에 대금 연주자 이나래가 대금으로 만들어 낸 바람 소리가 얹어졌다. 관현악은 희망을 만들어 나가는 느낌으로 하나둘 점점 커지며 웅장하게 음악을 열어냈다. 이 곡은 인생의 희로애락을 노래하고픈 마음을 담아냈다. 어떤 부분은 밝고 긍정적으로 표현된 반면, 어떤 부분은 마이너한 진행에 반음과 계면조의 꺾는음을 활용하며 비장한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했다. 카덴차(Cadenza, 악곡이 끝나기 직전에 독주자나 독창자가 연주하는, 기교적이며 화려한 부분)에서 이나래는 농음을 과하게 떨어주거나, 격정적이고 감정적인 느낌으로 연주하기도, 화려하고 빠른 패시지를 깔끔하게 선보이기도 했다. 독주 부분이 끝난 후에는 곡의 초입에 나왔던 새소리 효과와 함께 화려하고 유쾌한 폴로네즈 리듬이 밀고 당기는 리듬으로 반복되었다. 관현악과 독주 대금은 화려하고 웅장하게 곡을 끌어 나갔고, 반음 음계가 반복되며 긴장감을 주다가도 풀어지며 생동감 넘치게 무대가 마무리되었다. 세 번째 무대는 이지영 명인의 가야금 협연 무대로, 이번 공연을 위해 작곡가 김만석이 새롭게 편곡한 ‘서공철류 가야금산조 협주곡 - 心授(심수)’가 초연되었다. 이지영 명인은 곡의 초입, 다스름 연주를 통해 꿋꿋하고 장중하며, 호방하고 힘 있는 터치로 관객들의 귀를 사로잡았다. 특히 굴려 내는 시김새나 진하게 떨어내는 농현을 통해 그의 음악적 깊이를 도드라지게 나타내었다. 가야금 산조가 장단 순서대로 진행되는 동안, 관현악은 악기군별로 번갈아 가며 가야금 가락을 유니즌(Unison, 몇 개의 악기 혹은 오케스트라 전체가 같은 음 혹은 같은 멜로디를 연주하는 일)으로 연주하거나, 대선율(어떤 선율 성부에 대위(對位)하는 다른 성부)로 받아 곡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주었다. 장단이 빠르게 진행될수록 이지영 명인의 섬세하고 유려하며, 힘 있는 연주는 더욱 빛을 발했다. 특히 휘모리장단에서 그가 보여준 깔끔함과 다이내믹한 조화로운 연주는 큰 감동을 전해주었다. 관현악 반주는 대중적이고 서정적인 코드나 베이스 하행 진행 등을 활용하여 화성적인 부분에 중점을 두었다. 음악적으로 풍성함을 만들어 낸 것은 좋았으나, 관현악에 모든 소리가 집중되다 보니 중심이 되어 흘러가는 가야금 산조의 민속적인 색채가 묻히고 돋보이지 못하기도 해 아쉬움이 남았다. 관현악과 독주 악기 간 조화로움을 꾀어 균형 있게 만들어 냈다면 더욱 민속적이며 신선한 무대가 되었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의 연주력을 오롯이 감상할 수 있던 관현악곡 ‘메나리 토리에 의한 국악관현악- 감정의 집’이 연주되었다. 최지혜 작곡가의 작품 ‘감정의 집’은 한국의 크고 작은 강이 갖는 생명력과 정화의 이미지를 서사적으로 펼쳐낸 곡이다. 이미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는 대표 국악관현악 곡이기에 더욱 기대하는 마음으로 관람하였다. 무대는 ‘라솔미-’하고 흘러내리는 메나리토리의 대표 어법을 모든 악기가 함께 연주하며 웅장하게 열렸다. 이 곡은 악기군별로 갖고 있는 특징과 매력을 잘 드러내고, 음악의 기승전결과 구성이 뚜렷하여 완성도가 높았다. 악기 단독으로 연주하기도 하고, 두세 종류의 악기가 하나의 군으로 묶여 균형 있는 조화를 선보이기도 했다. 곡은 크게 두 악장으로 나눌 수 있었는데, 빠른 패시지에 오묘하고 익살스러운 테마 악장은 ‘3+3+2’ 소박이나 장단을 중심에 두고, 거문고와 아쟁이 저음부에서 반음이 반복되는 리프를 연주했다. 그리고 그 위에 악기들이 번갈아 가며 주제 테마를 연주하고 점점 발전돼 갔다. 악기 고유의 특징적인 음색이 도드라졌고, 농현이나 농음, 시김새 등이 짙게 표현되어 전통적이며 예술적인 느낌을 주었다. 생황과 소금이 중심이 되어 연주된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또 다른 악장은 마치 영화음악 같았다. 대피리 등 저음 악기가 다양하게 활용되며 음향적으로 풍성했고, 화성적으로 대중적인 코드 진행이 사용된 동시에 선율은 메나리토리 어법과 시김새를 다양하게 활용하여 현대적이고 전통적인 색채를 드러냈다. 꽃밭에서 뛰어노는 듯한 이미지가 그려지며 모두를 추억에 젖게 만든, 아름다운 무대였다. 동서양의 다양한 음악적 배경과 주제가 함께한 이번 공연에서는, 동시대 최정상의 음악가들과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의 조화로운 연주와 함께 음악적 몰입감을 느껴볼 수 있었다.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이 보여 줄 다음 명연주자 시리즈를 기대하며, 국악관현악의 발전을 더욱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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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꾼’ 아미, 퓨전국악 디지털 싱글 ‘강강술래’ 발표판소리 소리꾼 ‘아미(AMI)’(소속사 스튜디오 아라리오)가 디지털 싱글 ‘강강술래’를 발표하고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를 잇는 퓨전국악 열풍 재현에 나선다. 지난 2020년 발표된 ‘범 내려온다’는 밴드음악과 국악을 접목시킨 신박한 곡에 현대무용팀의 안무 등이 더해지며 국민적 신드롬을 일으켰다. 각종 방송과 광고, 커버, 패러디까지 다양한 콘텐츠와 밈이 양산됐고 한동안 이날치의 인기는 이어졌다.‘아미’의 이번 디지털 싱글 ‘강강술래’는 EDM 장르로, ‘범 내려온다’보다 한발 더 앞선 트랜디한 감성을 담았다. 기존의 퓨전국악 곡들이 대부분 밴드 구성인데 반해 ‘강강술래’는 솔로곡인 점이 특징이다.원래 강강술래는 중요 무형문화제 8호이자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우리 고유의 문화유산이다. 추석날 보름달 아래에서 여러 명의 사람이 원을 그리면서 손을 잡고 돌며 노래하는 전통놀이다.소리꾼 ‘아미’의 신곡 ‘강강술래’는 이러한 전통 강강술래 노래를 사람들이 쉽게 즐길 수 있도록 현대적 감각으로 재탄생시켰다. ‘아미’ 특유의 전통 판소리 창법과 유니크한 보컬이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며 장르를 넘나드는 신선함을 선사한다. 특히 반복적인 EDM 멜로디가 중독적인 곡이다.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OST, CF ‘LG grem’ CM송 등의 프로듀서인 Ra.L(라엘)이 작사, 작곡, 디렉팅을 맡았다.‘아미’의 신곡 ‘강강술래’의 국내 음원은 3월 18일, 해외 음원은 3월 20일 공개됐으며 현재 네이버뮤직, 멜론, 지니뮤직, 벅스, 유튜브뮤직 등에서 들을 수 있다.한편 ‘아미’는 본명이 왕해경으로, 인간문화재인 아버지(왕기창)와 삼촌(왕기철, 왕기석)을 배출한 판소리 명문가 출신의 퓨전국악 싱어송라이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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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사람이 있다’: 소리극 ‘체공녀 강주룡’[국악신문 정수현 전문기자]= 지난 8일부터 17일까지, 판소리공장 바닥소리의 소리극 '체공녀 강주룡'이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펼쳐졌다. ‘체공녀 강주룡’은 제23회 한겨레 문학상 수상작인 박서련 작가의 장편소설을 판소리로 각색한 공연으로, 고공농성을 이끈 노동운동가 강주룡의 이야기를 여덟 명의 소리꾼이 그려냈다. 이 공연은 지난해 초연 이후 1년 만에 재공연되었다. 판소리공장 바닥소리는 전통 판소리를 기반으로 다채로운 창작 활동을 하며 시대와 삶을 노래하는 전통공연예술단체이다. 다양한 작품 활동으로 노동자의 인권과 안전한 노동 환경에 대해 조명해 온 그들은 잊지 말아야 할 이야기들을 바닥소리의 언어로 풀어내어 무대에 올리고 있다. ‘체공녀(滯空女)’라는 말은 1931년 평양 을밀대 지붕 위에 올라 고공농성을 벌인 노동운동가 강주룡을 가리키는 말로 당시 신문·잡지에서 두루 쓰였다. 강주룡은 독립운동하던 남편을 여의고 고무공장 여공으로 일하다가, 임금이 삭감되자 파업을 주도하며 맞선 여성 노동운동가다. 해방을 외치던 중 일제 경찰의 간섭으로 공장에서 쫓겨난 강주룡은, 1931년 광목을 찢어 만든 줄을 타고 12m 높이 을밀대로 올라가 ‘여성해방’과 ‘노동해방’을 외쳐 많은 이들에게 울림을 주었다. 공연은 강주룡의 드라마틱한 생애를 창작 판소리로 그려냈다. 창작집단 LAS의 대표 연출가 이기쁨이 지난해에 이어 연출을 맡았고, 김봉순 안무가가 안무를 담당했다. 음악은 김승진 음악감독이 참여했는데, 건반과 기타, 콘트라베이스, 바이올린 등 서양악기를 주로 활용하였다. 국악기 연주자로는 북과 장구 등 타악기를 담당하는 고수가 유일했다. 무대에는 가운데 중심축을 기준으로 사다리를 통해 올라갈 수 있고, 둥그렇게 이동시킬 수 있는 구조물이 놓여 있었다. 좌측 편에는 악사들이 자리했다. 무대가 열리고, 강주룡 역을 맡은 강나현 소리꾼이 나와 인사한 후 또 다른 강주룡들을 무대로 불러들였다. 이 공연의 독특했던 점은, 강주룡이 여러 명으로, 일인다역을 맡아 연출됐다는 것이다. 소리꾼들은 강주룡이 되었다가, 주변인이 되었다가를 반복하며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들어 냈다. 다섯 살 어린 남편에게 시집가는 스무 살 강주룡을 기점으로,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의 인생이 조명되었다. 모든 삶을 다 살아온 마지막 강주룡은, 제삼자의 시선으로 을밀대에 올라앉아 1막의 강주룡, 2막의 강주룡, 3막의 강주룡이 겪는 서로 다른 일련의 사건과 감정을 지켜보았다. 여러 나이와 여러 모습의 강주룡이 시간과 때에 따라 서로 다른 감정을 겪고 성장해 나가는 것을 표현한 연출이 인상적이었다. 원작에서는 강주룡이 한 사람으로 표현되었지만, 공연에서는 극이라는 특성상 더욱 상상력이 가미되어 새롭고 신선한 방법으로 그 사람의 내면을 더욱 깊이 있고 색다르게 들여다볼 수 있었다. "아주 작은 것에서 아주 큰 것이 난다. 난다. 난다. 날아오른다.” 모든 소리꾼이 함께 합창하는 서막으로 무대가 열렸다. 크게 여겨지지 않던 여성 강주룡이 결국 한 마리의 용처럼 차올라 세상을 변화시킨다는 것을 암시한 힘찬 노래였다. 악기는 풀 세션(Full Session)으로 다 함께 합주했다. 타악기를 제외한 모든 악기는 서양악기였지만, 굿거리장단이 중심이 되어 강세를 표현하고, 힘차고 경쾌하면서도 우직한 분위기를 조성해 냈다. 공연은 시간의 흐름으로 빠르게 전개되었다. 이 무대에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바로 무대장치였다. 강주룡이 겪는 일련의 사건이 하나하나 지나가고, 장면이 바뀌면서 중앙에 놓여있는 구조물은 배우들에 의해 시계방향으로 반복해서 돌아갔다. 이 장치는 ‘나’라는 존재를 중심에 두고 살아온 강주룡의 삶의 궤적을 모티브로 하여 상징화하였다고 한다. 다섯 살 어린 신랑을 맞고, 남편이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함께 독립군 임시기지에서 생활하던 젊은 강주룡의 시절을 그린 1막에는, 아련하지만 밝고 사랑이 가득한, 그리고 힘이 있던 그의 청춘이 묻어있었다. 사랑을 지키고자 노력하면서도, 또한 독립군으로서 제 몫을 다하기 위해 위험한 일도 마다하지 않고 뛰어드는 그의 용기는 훗날 그가 을밀대 위에서 보여 줄 용기와 맞닿아 있었다. 1막은 강주룡이 남편 뜻에 따라 독립군을 떠나며 끝이 난다. 그들이 이별하는 장면에서 강주룡은 본인이 느끼는 슬픈 감정을 모두 쏟아 내는데, 그 모습을 안타깝게 지켜보고 있던 을밀대 위 나중의 강주룡이 ‘너, 그렇게 솔직히 이야기하지 않았어. 그럴 걸 생각만 했지’라고 정정한다. 그러자 젊은 강주룡은, ‘아, 그랬던가’하고는 할 말을 삼킨 채 남편을 떠난다. 결국 평생을 후회하고 힘들어하게 된 그의 잊지 못할 절절한 슬픔은 아마 많은 이들 또한 겪어 보았을 순간이리라. 그 가슴 아픈 사연은 관객 모두를 눈물짓게 했고, 과거의 강주룡과 현재의 강주룡이 시간을 뛰어넘어 함께 감정을 공유하는 장면은 그 어떤 연출보다도 깊이 와 닿았다. 2막은 독립군을 떠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을 잃고, 억울하게 구치소에 갇힌 강주룡의 모습으로 시작되었다. 정종 소리와 장구의 동살풀이 장단에 맞추어, 말하듯 슬픔의 감정을 노래하는 판소리적 연출이 훌륭했다. 강주룡은 구치소에서 나온 후 홀로 평양으로 가 평원 고무공장에 취직한다. 공장에서 그는 동무들을 만들고, 언젠가 모던걸(modern girl)이 되고 싶다는 꿈을 꾸며 즐겁게 살아가고자 한다. 극은 전체적으로 슬픔과 안타까운 요소로 많이 진행되었으나, 그 안에 유쾌함과 재미를 유발하는 대사, 노래, 음악 효과 또한 지속해서 드러내 지루하지 않은 무대를 꾸려나갔다. 특히 음악의 경우, 앞선 서곡에서 그러했듯 계속해서 장단을 중심으로 연주되었는데, 기타의 스트로크(Stroke, 기타 줄 전체를 아래 혹은 위로 치는 것)기법으로 장단의 강세를 표현하거나, 5박으로 이루어진 엇모리장단을 활용하는 등 전통적 색채를 강하게 드러냈다. 바이올린은 피치카토(Pizzicato, 연주 시 현을 손가락으로 뜯어서 발현악기처럼 연주하는 방법)로 가야금 음색을 흉내 내 한국적인 느낌의 경쾌함을 주기도 했다. 또 판소리 선율을 따라 연주하거나 다양한 시김새를 표현해, 바이올린의 부드러운 음색과 전통적인 요소가 한데 어우러지게끔 하였다. 강주룡은 공장에서 일하며 비인간적인 대우와 폭력에도 꿋꿋하게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임금 삭감 철회를 요구하는 파업단의 연설을 듣는다. 이때 강주룡은 ‘동지’라는 단어에 뜨겁게 반응하는데, 이전에 독립운동 하던 시절을 떠올리며 속해있는 공동체의 더 나은 날을 위해 강주룡은 본격적으로 노동운동에 뛰어들게 된다. 그렇게 마지막 3막이 시작되었다. 뜨거운 불꽃처럼 운동에 앞장서는 세 번째 강주룡은 이전의 강주룡보다도 더욱 힘이 넘치고, 물러섬 없는 모습을 보였다. 모두에게 주어져야 하는 기본권과 인권을 지켜내는 것과, 모두가 다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강조한 그의 확고한 투쟁은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었다. 노동자들은 다 함께 팔짱을 끼고 함께 연대하며 나아갔다. 계속해서 넘어지고, 또 고꾸라지더라도 그들은 다시 일어났다. 물론 그들의 눈빛에는 두려움도, 걱정도 서려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물러서지 않고 용기 있게 결단하며 나아갔다. 소리북 한 대의 단순하지만 힘 있는 반주와 함께 큰 소리로 외치며 노래하는 소리꾼들의 모습에 관객들은 큰 박수를 보냈다. 강주룡은 을밀대에 올라 ‘여성해방, 노동해방’을 외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죽음을 맞이했다. 무대는 그의 사망에서 시간을 거꾸로 되감아 을밀대에 올라앉은 강주룡을 그려냈다. 한 시대를 치열하게 살아낸 주체적인 여성 강주룡은, 불공평하고 참담한 이 세상에 우직하게 맞섰다. 지금 우리는 어떤 세상에 살고 있는가? 90여 년 전 강주룡이 처했던 세상과 지금의 세상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누군가는 변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우린 아직도 불평등과 소외, 차별이 만연한 사회에 살고 있다. 하지만, 이전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연대하고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는 수많은 강주룡이 존재하기에, 우리는 더 나은 삶을 계속해서 꿈꾸며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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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부산국악원 무용단 정기공연 '학(鶴)', 전통춤의 미학국립부산국악원(원장 이정엽)은 제17회 무용단 정기공연 '학(鶴)'을 오는 29일, 30일 양일간 연악당에서 개최한다. 무용단 정기공연 '학(鶴)'은 전통춤 속에서 선조들이 담고 싶었던 학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라는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한 과정으로, 학이 지닌 상징성과 그 정신세계를 현대적 미감으로 풀어낸 창작 작품이다. 궁중과 민속의 학춤 뿐 아니라 학의 이미지가 담긴 전통문양까지 학과 관련된 문화적 콘텐츠를 활용하여 인간과 자연이 하나의 생명 공동체라는 근본적 각성을 통해 훼손된 자연을 정화하고 인간성이 회복되기를 염원하는 작품이다. 창작춤 '학(鶴)'은 우리 민족의 풍류정신을 주제로 하여 합설이라는 양식으로 펼친다. 합설이라는 의미는 단순한 레퍼토리의 나열이 아니라 이질적인 것을 하나로 아우르는 미학이 숨어있다. 궁중 학무, 처용무, 종묘제례악 일무, 춘앵전 뿐 아니라 동래학춤, 고성오광대 기본무, 승무, 살풀이춤, 바라춤 등 전통춤의 호흡과 기본동작을 응용하여 전통춤의 경계를 허물고 관객과 소통하여 새로운 지평을 열고자 한다. 궁중춤의 형식이 지닌 미장센 안에 다양한 전통춤의 개성을 담아내기 위해 무대미술은 심플하다. 무대는 족자를 여러 개 펼쳐놓은 듯 춤에 집중할 수 있게 몰입감을 더하고, 의상은 학의 형태적 상징성을 넘어 인간과 학이 공존하는 아름다움을 담아낸다. 점묘화 기법의 영상으로 몽환적이면서도 강렬한 리얼리즘으로 무한한 상상력을 배가 시키고, 세련된 조명의 빛과 새롭게 해석한 몸짓 언어로 인간과 자연이 어우러져 조화로운 접화군생(接化群生)의 메시지를 전한다. '학(鶴)' 작품은 학과 인간 사이에 벌어진 학의 생태적 변화과정을 서막과 종막 외 총 6장으로 구성한다. 학과 인간의 삶이 서로 다른 것이 아님을, 우리가 사는 이곳이 조화를 이루고 살아야 할 세상이자 깨달음의 세계로 가는 정토(淨土)라는 의식으로 평화의 메시지를 전한다. 이번 무대는 협력안무 강미리(부산대학교 교수)를 비롯하여 연출 이재환, 대본 박희준, 음악감독 신현식, 작곡 정송희, 조명디자인 김철희, 무대디자인 황경호, 의상디자인 민천홍, 영상디자인 황정남 등 전문 제작진과 국립부산국악원 무용단 및 외부 연주단 등 총 40여명의 출연진이 함께한다. 특히, 궁중춤을 바탕으로 단단한 내공의 복미경 안무가와 한국 창작춤의 다양한 실험을 통해 춤의 원형적 의미를 찾아가는 강미리 안무가의 협력으로 서로 다른 개성의 안무가들이 함께 펼치는 합설이 기대된다. 또, 김덕수(장구) 명인의 특별출연으로 공연의 깊이를 더함과 동시에 전통음악을 바탕으로 다양한 즉흥연주를 하는 연주단체 "앙상블 시나위(대표 신현식)”와 시나위로 펼쳐지는 합설은 신선한 맛물림을 보여줄 것이다. 국립부산국악원 무용단은 지난해 7월부터 복미경 예술감독이 맡아 새로운 도약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무용단 정기공연은 상반기 ‘학(鶴)’을 주제로 한 창작 작품을 시작으로, 하반기에는 궁중춤의 백미로 손꼽히는 '봉래의'로 지금 이 시대가 요구하는 평화로운 세상을 우리 춤과 음악으로 선보인다. 나아가 국립부산국악원이 지향하는 영남춤의 계승과 창조적인 국악발전에 맞추어 공연을 준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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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 장관, "출판계 주요 단체 도서 저작권 보호한다"문화체육관광부 유인촌 장관은 14일 오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한국저작권보호원과 함께 한국출판인회의, 파주출판도시문화재단, 한국학술출판협회, 한국대학출판협회, 한국과학기술출판협회 등 주요 출판 관련 단체장들을 만나 출판계 현안을 논의하고 현장 의견을 청취했다. 이번 간담회에서는 출판계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다양한 주제들을 논의했다. 특히 ▴ 그동안 출판계에서 지속적으로 정부에 건의해온 불법복제 확산에 따른 도서 저작권 보호 강화, ▴ 세종도서 사업 개편, ▴ 독서 진흥, ▴도서 해외수출사업 개편 등에 대해 심도 있는 대화가 이어졌다. 유인촌 장관은 간담회를 시작하며 "초임 장관 시절부터 문화의 범주가 한정적이라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출판을 문화의 범주에 넣어 산업적으로 키워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라며, "올해 4~5월이면 벌써 내년 예산을 위한 준비가 마무리되는 시점이기에 오늘 각 단체 대표분들이 많은 의견을 주시면 내년 예산에 잘 반영하겠다.”라고 말했다. 먼저 참석자들은 출판사가 학술서를 출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대학가를 중심으로 도서 불법복제가 만연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보다 적극적인 정부의 역할을 주문했다. 박찬익 한국학술출판협회장은 "대학교재와 학술교재로 경제를 유지하는 출판사들은 한계에 와있다. 과거 아이엠에프(IMF) 금융위기 시절에도 1,000부에 달하던 발행 부수가 이제는 300부에 불과하며, 그마저도 3년에 걸쳐 판매하고 있다.”라고 불법복제의 심각성을 전했다. 장주연 한국과학기술출판협회장은 "학술교재에 필요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출판사가 일러스트레이터 7명을 직접 고용하는 등 전문 학술 서적 한 권을 만들기 위해 출판사가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끊임없이 투자하고 있다.”라고 출판사의 노력을 알아줄 것을 호소했다. 신선호 한국대학출판협회장은 "이제는 학생들의 20% 정도만이 책을 구입하고 있는 실정인데, 처벌이 능사가 아닌 만큼 좋은 책이 지속 출판될 수 있도록 인식을 개선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 이 중에서도 가장 효과적인 인식개선을 위해 학생들을 지도하는 교수자를 대상으로 저작권 교육을 마련했으면 좋겠다.”라고 건의했다. 이에 유인촌 장관은 "2008년 장관이 되어 가장 먼저 관심을 가진 분야가 저작권이다. 당시 많은 노력을 통해 우리나라가 저작권 선진국 반열에 올랐지만, 학술교재 등과 관련해서는 아직 독자들의 인식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문체부는 지속적으로 저작권 보호의 중요성을 알려 인식을 개선하는 데 힘쓰겠다.”라고 답했다. 정부는 관련 출판단체 등 유관기관과 협력하여 모니터링, 교수자에 대한 저작권 교육, 인식개선 캠페인 등 종합적인 측면에서 저작권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불법복제에 대한 합리적인 양형과 관련해서는 저작권 미래 포럼 등을 통해 개선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할 계획이다. 아울러 참석자들은 "케이-컬처가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는 가운데, 다음 주자는 케이-북이 될 것”이라며 그 기반이 될 우수도서 발간을 위한 세종 도서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케이-북 수출을 위한 체계적인 지원을 요구했다. 이광호 한국출판인회의 회장은 "케이-콘텐츠의 다음 주자는 케이-북이 될 것이며, 지금이 케이-북 지원을 위한 골든타임”이라며 케이-북 해외진출을 추진하는 중소출판사에 대한 지원을 요청했다. 또한 "국내에 등록 출판사가 10만여 개이고 1년에 책을 1권 이상 출판하는 출판사가 6,000개 이상일 정도로 다품종 소량 생산의 특성을 가진 출판계 특성상 900권의 숫자는 어떻게 보면 많은 숫자가 아니다. 세종도서의 지원을 받아 양서를 발간하고 있는 작은 출판사들이 많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유인촌 장관은 과거 좋은 책을 선정해달라는 취지로 사비를 공공기관에 기부했는데, 처음에는 좋은 책들이 선정되었으나 이후 기부금 소진을 위해 책을 선정하는 방향으로 진행된 것을 보아온 경험을 공유하며, "우수한 책이라면 900종이 아니라 그 이상이라도 지원할 것이다. 다만 지원 종수를 정해두고 이에 맞추어 선정하다 보니 좋은 책 발간 지원이라는 정책 목표에 부합하지 않는 부분이 있어 이를 개선해 정말 좋은 책을 선정하고 책에 대한 지원을 늘리자는 것”이라며, "올해는 주어진 예산만큼 진행하지만, 내년에는 더 충분한 예산을 가지고 정말 우수한 도서라면 모두 선정하도록 진행하겠다. 선정은 출판계에서 하는 만큼, 나중에 부끄럽지 않은 책으로 선정해주길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정부는 어려운 중소출판사에 대해서는 별도의 중소출판사 성장도약 지원사업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우수출판콘텐츠 제작지원’(’23년 13억 원) 및 ‘중소출판사 출판콘텐츠 창작지원’(’23년 7억 원) 사업이 올해 ‘중소출판사 성장도약 지원사업’으로 통폐합되어 10억 원이 증액된 30억 원으로 마련됐다. 문체부는 해당 사업 내에서 우수 출판콘텐츠 제작지원과 경영지원, 유통 등 마케팅 지원을 추진하고 이번 간담회에서 나온 의견을 반영해 3월 중 사업수행 기관 선정을 위한 공고를 진행할 예정이다. 고영은 출판도시문화재단 이사장은 "케이-컬처가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는 가운데 지금이 케이-북 수출을 위한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한 때이다. 책 저작권 수출을 중심으로 집중적이고 체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유인촌 장관은 "오늘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참석하지 않아서 아쉽다.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나름의 상황을 이해한다.”라며 케이-북 수출과 관련해 "최소 내년까지는 공공기관인 출진원이 주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이로 인해 출판계 현장에 피해가 가지는 않도록 하겠다.”라며 이와 관련해 업계와 지속적으로 소통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정부는 향후 출판단체, 도서 저작권 수출 에이전시, 한국문학번역원, 국제문화교류진흥원 등 유관기관이 참여하는 해외진출 협의체를 구성해 민간이 그간 축적해온 역량을 정책 사업에 충분히 반영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소통을 강화하고 민관협업방안을 구체화해 나갈 예정이다. 책을 읽는 인구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대대적인 독서 운동이 일어나야한다는 참석자들의 건의도 이어졌다. 고영은 출판도시문화재단 이사장은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대한민국 전체가 나서서 책 읽기 운동에 나서야 할 때”라며 독서 진흥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요청했다. 유인촌 장관은 독서 부흥 운동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매우 공감하며 "4월 23일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책의 날을 기점으로 독서 부흥 운동을 진행하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또한 인문학 진흥 차원에서 국립국어원, 세종학당, 한글박물관 3곳에 인문학을 퍼뜨릴 수 있는 역할을 주문하는 등 새로운 정책을 만들어 갈 것이며, 도서관 등에 대한 지원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23년 11월에 발표한 '제4차 도서관발전종합계획'을 바탕으로 출판 및 독서 활동의 중심인 공공도서관과 작은도서관 지원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4월 중으로 '제4차 독서진흥 기본계획'을 발표할 계획이다. 독서 및 서점 지원 예산은 서점을 통한 문화 활동 지원 예산이 삭감된 바 있지만, 물류망과 디지털화 구축사업 등이 새롭게 반영돼 지역서점을 지원하는 예산 총액은 증가했다. 개별 서점과 프로그램을 지원하던 방식에서 업계 전반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개편하고 내년도 사업으로 책을 읽지 않는 비독자를 끌어들일 유인체계 설계 등의 신규사업계획 등을 마련해 재정 당국과 긴밀히 협의해나갈 예정이다. 참석자들은 도서정가제 개선과 관련해 지역서점 할인율 유연화는 할인 여력이 없는 지역서점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달라고 건의했다. 이에 유 장관은 "서점계와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으며, 국회에서 법안이 논의되는 과정에서 아직 시간이 있다.”라며 지역서점 지원방안에 대해서도 업계 의견을 꾸준히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간담회 참석자들은 공공대출보상권 도입 등 출판사 권리 확대, 도서 제작비 세액공제 도입, 청년 도서 구입비 지원 등의 다양한 현안을 건의했다. 정부는 연구 용역 등을 통해 관련 쟁점을 정리해 실현 가능한 방안부터 단계적으로 추진해나갈 예정이다. 유인촌 장관은 1시간 30분 동안 이어진 열띤 토론을 마무리하며 "오늘을 시작으로 출판계와는 자주, 지속적으로 소통하겠다.”라며 "제가 필요한 자리라면 언제든 초대해 달라.”며 출판계와의 지속적인 소통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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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장 완창판소리 3월 '채수정의 흥보가-박록주제'국립극장은 '완창판소리-채수정의 흥보가'를 3월 16일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공연한다. 국가무형문화재 판소리 ‘흥보가’ 이수자이자, 교육자·판소리 연구가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는 채수정 명창이 시원하고 묵직한 소리로 박록주제 박송희류 ‘흥보가’를 들려준다. 채수정은 국립국악고등학교에 진학하며 본격적으로 판소리를 배우기 시작했다. 전정민 명창에게 ‘수궁가’, 성우향 명창에게 ‘심청가’, 오정숙 명창에게 ‘춘향가’를 배웠고, ‘흥보가’ 예능보유자였던 박송희 명창(1927-2017)을 30여 년간 스승으로 모시며 ‘흥보가’와 ‘적벽가’ ‘숙영낭자가’ 등을 튼실하게 익혔다. 여러 명창으로부터 ‘목이 좋다’는 평가를 받은 채수정은 2011년 임방울국악제에서 대통령상을 받으며 명창의 반열에 올랐다. 이후, 미국·일본·영국·프랑스·브라질 등 국내외에서 ‘흥보가’와 ‘적벽가’를 여러 차례 완창하며 공력을 다졌고,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음악과 교수로 후학을 가르치는 동시에 국악 연구 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2022년에는 (사)세계판소리협회를 출범한 후 <판소리 20시간 릴레이 프로젝트> 등 신선한 판소리 공연과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해 주목 받고 있다. 채수정 명창이 부를 박록주제 ‘흥보가’는 섬진강 동쪽 지역에서 발달한 동편제의 명맥을 잇는 소리다. 송만갑-김정문으로 계승되어온 동편제 소리를 박록주 명창이 새로 다듬었다. 사설을 간결하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장단의 변화를 통해 골계적 대목의 재미를 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중에서도 채수정 명창이 스승에게 배운 박송희류 ‘흥보가’는 기존 박록주제 사설에 ‘놀보 박타는 대목’을 덧붙이고 수정하는 등의 작업을 거쳐 만들어졌다. 재담과 잡가가 많다는 이유로 여성 소리꾼에게는 잘 전승되지 않았던 ‘놀보 박 타는 대목’이 담긴 것이 특징이다. 돈과 쌀, 온갖 비단과 은금보화가 나온 흥보 박과 달리, 놀보가 타는 박에서는 남사당패·초란이패 등 익살스러운 군상이 등장해 재물을 빼앗고 그를 혼낸다. 흥보가 받는 ‘상’과 놀보가 받는 ‘벌’을 대비해 골계미를 살리고 권선징악의 교훈을 더욱 극적으로 부각했다. 채수정 명창 특유의 힘 있고 시원한 통성으로, 해학미와 비장미를 두루 갖춘 박록주제 박송희류 ‘흥보가’의 진면목을 느껴볼 기회다. 소리판을 쥐락펴락하는 능력이 탁월한 채수정은 판소리 고유의 즉흥성을 살려 관객을 무대로 끌어들이는 데에도 능통해 활력 넘치는 소리판을 만들어낸다. 국립극장에서 3년 만에 ‘흥보가’를 다시 완창하는 채 명창은 "스승이 남긴 소리를 반복해 들으며 스스로의 소리를 점검해보고 있다”라며 "나만의 소리 스타일을 구현하기보다는 스승이 표현하고자 했던 소리 어법과 본래 색을 최대한 살려 그 가치를 전하고 싶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고수로는 명고 김청만과 박근영이 함께하고, 송지원 음악인문연구소장이 해설과 사회를 맡아 관객의 이해를 돕는다. 채 명창은 판소리를 연구하는 학자이기도 하다. 이화여대 한국음악과에서 최초의 판소리 음악학 박사가 되었고, 고전문학인 판소리 사설을 연구해 경희대 국문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서사문학인 판소리를 문학으로 접근하여 판소리를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그는 2015년 한예종 전통예술원 교수로 임용돼 연구와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 2022년 사단법인 세계판소리협회를 만들어 판소리의 대중화와 세계화에 앞장서고 있어서 학계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11월에는 판소리 축제인 제1회 월드판소리페스티벌을 개최하고, 판소리의 유네스코 등재 20주년을 기념해 서울 남산국악당에서 20시간 동안 60명의 소리꾼이 판소리를 연창하는 '판소리 20시간 릴레이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채교수는 " 월드판소리페스티벌이 인류무형문화유산 '판소리'의 셰계화의 초석이 되기를 바란다고 다짐했다. 이번 박록주제 박송희류 '흥보가' 완창판소리는 지난 1월 13일 국립극장에서 공연한 박송희제 적벽가 완창발표회 이후 두 달 만에 선보이는 판소리 완창이다. 소리꾼 한 명이 판소리 완창을 두 달 간격으로 하는 것은 체력적으로 크게 부담이 되는 일정이다. 그는 "판소리는 배우는 게 20년, 혼자 공부하는 독공이 10년이고 이후에는 (수련한) 소리를 써먹어야 한다"며 "평생 불러왔던 것이고, 기회가 있을 때 한 번이라도 (완창을) 더 하기 위해 용기를 냈다"고 밝혔다.1984년 시작된 국립극장 완창판소리는 당대 최고 명창들의 판소리 한바탕 공연을 감상할 수 있는 권위 있는 무대다. 상반기에는 김금미(4월·박봉술제 적벽가), 조주선(5월·강산제 심청가), 남상일(6월·정광수제 수궁가)의 무대가 예정돼 있다. 국립극장 '완창판소리'는 1984년 시작된 이래 당대 최고의 명창들이 올랐던 꿈의 무대이자, 판소리 한바탕 전체를 감상하며 그 가치를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최장수 완창 무대다. 39년간 공연되며 소리꾼에게는 최고 권위의 판소리 무대를, 관객에게는 명창의 소리를 가깝게 접할 기회를 제공해왔다. 2024년에도 전통의 정체성을 지키며 소리 내공을 쌓고 있는 소리꾼이 매달 이 무대를 통해 소리의 멋을 제대로 즐길 줄 아는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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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대룡산 대보름놀이 25일 개막올해 정월대보름을 앞두고 지역 예술인들이 대룡산 일원에서 마을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는 잔치를 연다. 춘천문화재단이 주최하고 춘천 사암리농악보존회(단장 오선주)가 주관하는 ‘대룡산 자연치유 대보름놀이 2024’가 25일 사암리약물샘, 사암2리마을회관, 동내초등학교에서 열린다. 춘천 7개 공연예술단체가 초청되어 전통연희의 진수를 품은 가무악과 함께 세계적 마임이스트 유진규의 마임, 마법 등이 펼쳐지며 강강수월래로 마무리한다. 인류무형문화유산 농악, 강강술래는 마을공동체 결속에 기여하는 전통연희이다. 여기에 여러 다양한 장르가 엮어져 콜라보로 보여주는 무대가 기대된다. 오전에는 오래된 민족신앙 중 하나인 고유제를 올린다. 마을의 건강과 평화를 기원하는 제를 올리고 이어 사암리 산 중턱에 있는 약물샘에서 샘굿을 펼친다. 오전 10시 사암리약물샘에서 소원쓰기, 길놀이 등이 열리고 오전 11시 30분 사암2리 마을회관으로 놀이가 이동해 지신밟기에 이어 전통놀이, 오곡밥 나누기를 통해 대동정신을 나눈다. 오후 2시부터는 동내초교에서 대룡산 고천제와 샘물 합수굿을 볼 수 있다. 사암리농악, 곰짓내동네북춤, 춘주농악 난타 공연과 ‘공지어 설화’를 소재로 한 놀이마당 등이 펼쳐진다. 유진규 마임이스트도 이날 행사에 함께 한다. 공지천의 전설 ‘공지어 이야기’를 문화컨텐츠로 공지어 놀이마당을 펼친다. 공지어 전설에 나오는 강아지서당, 용궁만들기, 볒짚이 공지어로 바뀌는 마술 등 지역의 전설을 문화컨텐츠로 놀이화 한다. 춘천을 대표하는 문화단체가 사물놀이 (곰지내농악), 곰짓내 수북놀음 (땅울림). 민요 (동내면 Dn걸스), 난타(춘주농악), 농악 (동내면 어린이농악대), 농악 (홍천 서면농악), 강강술래 (춘천의병아리랑보존회)을 선보인다. 특히 강원도 지역에서는 유일한 어린이농악대의 등장은 언제나 신선한 감동을 주고 있다. 오선주 단장은 이 행사를 통해 "마을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라는 의미를 공유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아름다운 복사골 사암리에는 주민이 매년 늘어나고 있다며 두 손을 모았다. 수돗물이 나오기 전까지 우리는 생명을 담보하고 있는 마을 우물이나 샘물이 솟아나오는 장소를 대상으로 매년 정기적으로 날을 정해 놓고 정성스럽게 섬겨왔다. 그러나 이제는 한수이북 지역에서 샘굿을 하는 지역이 희박해지고 있다. 특히 실제적 현장이 있는 곳은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개발이 되면서 아파트나 골프장 등으로 덮어지거나 수해 등, 인위적/자연적 요인에 의해 매몰되었다. 특히 그 자리를 기억하는 어르신들이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고, 낙엽에 쌓이고 산사태 등으로 묻혀버렸기 때문에 흔적조자 어림할 수 없다. 발굴이 된다고 해도 복원이 힘는 실정이다. 다행히 사암리 샘굿은 마을 사람들과 오선주 단장이 앞장을 서서 발굴이 된 것이다. 당시 낙엽과 흙더미에 쌓여서 찾기가 어려웠다고 한다. 마을 사람들에 의하면 삼국시대부터 신성한 장소로 알려져서 많은 사람들과 무업을 하는 사람들이 기도를 하는 곳이라고 전한다. 자금은 마을사람들이 정기적으로 청소를 하고 주위를 가꾸고 있다. 샘이 솟아오르는 옆에는 폭포가 흐르고 주위에는 상당히 넓게 제단의 흔적이 남아있다. 여름에 가면 선선하고 차거운 냉수를 먹을 수 있다. 사암리농악보존회는 샘굿을 통해 퇴계와 공지어전설이 깃든 샘을 발굴하여 매년 마을사람들과 샘굿을 모티브로 여러 다양한 장르 및 문화컨첸츠를 계발해 오고 있다. 해를 갈수록 스토리텔링을 더한 작품이 나오고 있다. 동내면의 지역 정체성을 구현하는 문화컨텐츠를 찾아내어 전통과 현대를 잇는 놀이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사암리농악보존회는 춘천의 젖줄기 공지천의 발원인 사암리 약물샘과 고은리약수 등 대룡산의 샘물을 모두 모아 ‘대룡산 샘물 합수굿’을 선보인다. 특히 사암리 약물샘은 피부병에 약효가 뛰어나다고 하여 먼곳에서도 찾아온 ‘물할미샘’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치유사례를 공모하여 발표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선주 단장은 "사암리농악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인 ‘중국 조선족 농악무’의 근간이다. 마을 사람들은 춘천의 자부심으로 여기며 자랑스러러워 하고 있다."며" 작년에 이어 ‘ON-다’사업에 선정 된 '대룡산 자연치유 대보름놀이'는 동내면의 주민축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우리는 공동체 결속에 기여하는 인류무형문화유산 '농악'을 근간으로 활동하는 사암리농악보존회와 사암리 대룡산 샘에서 시작되는 '대룡산 대보름놀이'의 근간이 되는 공지어전설을 주제로 한 '대동놀이' 행사에 무게를 실어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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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시인' 이상의 삶 엮은 오페라 등 창작산실 신작 4편천재시인 이상(1910~1937)의 작품을 엮은 오페라, 국보 반가사유상의 자세에서 영감을 얻은 무용 등 톡톡 튀는 신선한 아이디어를 선보이는 공연이 잇따라 무대에 오른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20일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집에서 '2023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달 말부터 개막하는 네 작품을 소개했다. 오는 3월 8∼10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선보이는 창작 오페라 '이상의 날개'는 소설가, 수필가, 건축가 등 다양한 모습으로 활약했던 천재시인 이상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이다. 지은주 예술감독은 "사람들에게 오페라 하면 어렵고 힘들다, 외국어로 된 노래를 알아들을 수 없다는 인식이 있다"며 "K-문학이 활약을 펼치고 있는 지금 한국어로 제작된 '이상의 날개'를 통해 세계에 작품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오감도', '꽃나무'를 비롯해 난해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상의 시를 음악과 시각적 요소를 엮어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다. 임선경 연출은 "이상의 시는 듣고 말하는 작품일 뿐 아니라 눈으로 보이는 시이기도 하다"며 "감각적인 면을 놓칠 수 없어 시를 영상화해 보여주거나, 출연자들의 대형으로 구상화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내달 1∼3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열리는 무용 '반가: 만인의 사유지'는 국보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이 취하고 있는 특유의 자세를 모티프로 새로운 감각을 일깨우는 작품이다. 차수정 예술감독은 "반가사유상이 한쪽 다리를 다른 다리 위에 올린 편안한 자세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궁금했다"며 "반가사유상의 미소가 현대인들이 가진 외로움과 상처를 돌아보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관객의 이동과 몰입을 콘셉트로 무용과 체험을 가로지른다. 관객은 공연장 로비, 분장실, 무대 등 여러 장소를 거치며 부처의 이야기를 따라가게 된다. 차 예술감독은 "공연장을 부처가 깨달음을 얻는 여정의 공간으로 만들었다. 깨달음의 마지막 과정이 펼쳐지는 무대 위에는 나지막한 수조 형태로 호숫가를 배치한다"고 설명했다. 토끼를 매개로 순수함을 찾는 과정을 따라가는 '웨어 이즈 더 래빗?'(Where is the Rabbit?)은 다음 달 1∼2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벨기에 출신 안무가 그레이스 엘렌 바키가 출연해 춤과 노래를 선보인다. 이와 함께 거문고 명인 허윤정은 40년간 만들어온 음악 세계를 전통예술 공연 '무한수렴의 멀티버스'에 담는다. 오는 23∼24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에 올라 전통음악에 관한 생각과 철학을 들려준다.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은 공연 예술 전 장르에 걸쳐 제작·유통 등을 지원하고 우수한 신작을 발굴하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사업이다. 올해는 총 27개 작품이 선정됐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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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스타 40여명 어깨 맞댄 '위 아 더 월드'는 어떻게 탄생했나"자존심은 문 앞에 두고 오세요."(Check your ego at the door) 1985년 1월 28일 밤. 석 줄짜리 문구를 휘갈긴 흰 종이가 로스앤젤레스 A&M 스튜디오 대문에 붙었다. 그리고 하나둘 도착하는 전설의 스타들. 스티비 원더, 브루스 스프링스틴, 다이애나 로스, 밥 딜런, 신디 로퍼, 빌리 조엘, 레이 찰스…. 부랴부랴 모여든 40여명의 팝스타는 어깨를 맞대고 '위 아 더 월드'(We Are the World)를 노래하기 시작한다. 자존심을 내건 이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하룻밤, 팝 역사상 다시 없을 꿈만 같은 밤이다. 자선 곡 '위 아 더 월드'의 탄생 배경을 다룬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팝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밤'(The Greatest Night in Pop)이 국내에서도 입소문을 타고 있다. 감독 바오 응우옌은 프로젝트를 기획한 주역들의 음성을 통해 흥분과 긴장이 교차하는 순간들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감독의 의도가 통했는지 이 다큐는 역사적인 녹음 현장을 담아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볼 가치가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 시절을 기억하는 이들에겐 향수를 자극하는 영화로도 통한다. 영화는 글로벌 비평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 신선도 지수 98%(만점 100%)를 기록하고 있으며, 넷플릭스 공개 이후 곡 '위 아 더 월드'가 빌보드 디지털 송 세일즈 차트 21위에 오르는 진기록도 나왔다. 작품은 1984년 12월 라이오넬 리치에게 걸려 온 전화 한 통으로 시작된다. 매니저 켄 크레이건은 라이오넬에게 인권운동의 선봉 해리 벨라폰테와 함께 아프리카 기아들을 구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한다. "백인은 흑인을 돕는데, 흑인은 흑인을 돕지 않는다"는 게 해리의 불평이었다. 켄의 구상은 이랬다. 밥 겔도프가 결성한 영국 자선 밴드 에이드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오되, 미국의 슈퍼스타를 끌어들이자는 것. 가요계 마당발인 라이오넬이 나서자 섭외는 일사천리. 마이클 잭슨이 선뜻 라이오넬과 작곡에 나서고, 프로듀서 퀸시 존스와 스티비 원더, 밥 딜런, 케니 로긴스 등이 잇따라 합류한다. 녹음일은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 시상식 당일로 정해진다. 팝스타 수십명을 한데 모으기에 안성맞춤이라는 이유에서다. 마감이 갑작스럽게 앞당겨지면서 발등에 불이 붙은 라이오넬과 마이클은 정신없이 곡을 써낸다. 이 모든 일이 고작 한 달 사이에 벌어진다. 작품의 백미는 거사 당일을 담은 메이킹 필름이다. 시상식이 끝나고 A&M 스튜디오에 모여든 스타들의 면면은 감탄을 자아낸다. 그 수준이 어느 정도였는지는 현장에 있던 폴 사이먼의 한 마디로 짐작할 수 있다. "여기 폭탄이 떨어지면 존 덴버(70년대를 풍미한 포크 가수)가 다시 정상을 차지하겠네요." 그러나 들뜬 마음은 오래가지 못한다. 콧대 높은 스타들을 욱여넣은 좁은 스튜디오에는 탐색과 견제, 그리고 서로에 대한 동경이 뒤얽혀 미묘한 긴장감이 감돈다. 카메라에 차례차례 나타나는 스타들의 어색한 표정은 작품의 또 다른 볼거리다. 라이오넬 리치는 그들의 첫 만남이 "유치원에 처음 간 날" 같았고, "퀸시 존스가 이 유치원생들을 통제해야 했다"고 회상한다. 그중에서도 잔뜩 움츠린 채 입술을 달싹이는 거장 밥 딜런의 갈 곳 잃은 눈동자는 그야말로 진귀한 광경이다. 이어지는 녹음 과정도 눈을 떼기 힘들다. 5천와트짜리 조명의 뜨거운 열기에 찜통이 돼버린 스튜디오에는 점차 짜증 섞인 불만들과 하품 소리가 늘어간다. 그 와중에 곡에 스와힐리어를 집어넣자는 스티비 원더의 제안에 스타들은 당황하고, 웨일런 제닝스는 '스와힐리어는 쥐뿔도 모른다'며 자리를 떠버리기까지 한다. 이후에도 혼란과 고비는 반복되지만, 그들도 결국은 누군가의 팬이었다. 다이애나 로스가 대릴 홀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 악보에 사인을 요청하자 녹음실은 순식간에 공동 사인회 현장으로 변모한다. 어찌어찌 녹음이 끝난 뒤, 로스는 끝내 울먹이고 만다. "이 밤이 영원히 끝나지 않기를 바랐다"면서. 그해 3월 발매된 '위 아 더 월드'는 빌보드 싱글 차트 '핫 100'에서 4주간 1위에 올랐고, 그래미 어워즈 '올해의 노래상'을 받았다. 어쩌면 다시 없을 위대한 밤이 만들어낸 역사적인 기록이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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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박연 이야기, 사극 뮤지컬 '낭만별곡' 3월 초연음악에 조예가 깊었던 청년 세종의 모습과 악성 박연을 만날 수 있는 뮤지컬이 개막한다. 제작사 파크컴퍼니는 뮤지컬 '낭만별곡'을 3월 19일부터 6월 9일까지 서울 대학로 예스24아트원 2관에서 공연한다고 7일 밝혔다. '낭만별곡'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하는 '2022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 스토리 부문에서 111:1의 경쟁력을 뚫고 최우수상을 받은 작품이다. 조선시대 음악이라는 소재에서 주는 독창성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다. '낭만별곡'은 세종 즉위 전 청년 이도 시절 악기 연주를 즐겼다는 태종실록의 기록을 모티브로 세종과 함께 조선 음악의 근간을 세운 박연이라는 실존 인물로 상상력을 더한 팩션 사극이다. 조선시대 음악 기관 장악원의 전신인 이원에 모여든 이들이 신분, 성별, 나이에 관계 없이 음악으로 하나가 되는 과정을 그린다. 아직 왕위에 오르지 않은 '청년 세종' 이도, 조선 음악의 기틀을 세운 박연 등 실존 인물과 함께 예성과 동래라는 허구적 인물이 이야기를 이끈다.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이원에 들어가는 이도 역은 뮤지컬 배우 이종석, 반정모, 김우성이 맡는다. 갑작스레 이원으로 발령받아 악사들을 관리하게 된 박연은 박유덕, 장민수가 연기한다. 아버지의 복수를 하려 남장을 하고 이원으로 들어온 예성 역에는 전하영, 박주은이 출연한다. 천민 출신으로 나만의 음악을 들려주고자 악사가 된 동래는 황두현, 정백선, 정지우가 맡는다. 이원을 상징하는 배꽃을 의인화한 인물인 '무용'은 유다혜와 배상경이 캐스팅됐다. 신재아 작가의 글을 한국뮤지컬어워즈 극본상을 받은 박해림 작가가 뮤지컬 대본으로 제작했다. 김은영이 작곡·연출·음악감독을 맡았으며 신선호가 안무감독으로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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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국악당 국악가족극 '아하! 강아지똥' 7일부터서울 남산국악당 국악가족극 시리즈의 두 번째 공연으로 극단 모시는사람들의 '아하! 강아지똥'이 2월 7일 ~ 17일 열흘간 무대에 오른다. 우리나라 대표 동화작 가 권정생의 베스트셀러 그림책 '강아지똥'의 감동을 정성 가득한 무대로 옮겨, 2001년 초연 이래 23년간 관객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다. 설 연휴를 맞아 엄마, 아빠가 어린 시절 그림책 으로 느꼈던 감동을 아이와 함께 연극으로 다시 만나며 ‘함께 살아가는 다정한 마음’을 공유 하는 따뜻한 시간이 될 것이다. 보잘 것 없고 천한 것의 대명사 ‘강아지똥’은 1969년 국민작가 권정생이 동화로 출판한 이래 55년간 한국의 마음을 전해 주는 명작이다. 정승각의 그림을 더해 길벗어린이가 출간한 그림 책 <강아지똥>은 국내 창작 그림책 최초로 100만 부를 돌파했으며, 한국의 ‘어린 왕자’라는 평가를 받으며 여러 언어로 번역되어 수출되는 한편, 초‧중등 국어교과서에도 수록되었다. 극단 모시는사람들의 움직이는 그림동화 강아지똥은 2001년 동숭아트센터에서 첫 공연 을 올린 이래, 국내외 166개 극장에서 관객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지난 23년간 한 번도 같은 공연을 한 적이 없다고 할 만큼 작품의 구성 요소를 늘 신선하게 선정하여 관객들에게 새로운 감동을 전해왔다. 예컨대 작품의 주제인 민들레가 피어나는 장면은 무용과 홀로그램 영상에 이어 마술, 연기 등으로 다양하게 만들어졌으며 2024년 최신 버전은 국악동요를 사용했다. 초연 20주년을 맞아 그동안의 작품 수정이나 장면변화에 맞추어 음악을 수정하고 최신기술을 반영해 영상을 새롭게 제작하였다. 또한, 작품의 이해를 돕기 위한 캐릭 터를 추가했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다고 느끼던 강아지똥이 자신의 몸을 희생해 민들레 꽃으로 다시 피어나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담았다. 중.꺾.마.(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의 상징인 강아지똥은 성공하는 인생이 아닌 실패 속에서 ‘무엇엔가 귀하게 쓰일 희망’을 찾아내 는 마음을 가르쳐 준다. 핵개인의 시대를 살아갈 어린이를 살리는 인생의 든든한 보양식이다. 할머니가 엄마에게 읽어준 동화책을 엄마가 자녀들에게 보여주는 어린이 연극 '아하! 강아 지똥'을 통해 세대를 초월한 생명 존중과 사랑의 가치를 느낄 수 있다. 실제로 이번 공연에 참여하는 배우들은 ‘강아지똥’을 읽고 자란 세대로서 작품에 출연하여 더 뜻깊은 감동을 전한 다. 지난 23년 공연의 역사를 보여주는 포스터와 의상 전시도 공연장 로비에 마련된다. 티켓 가격은 5만원으로 3인 이상 가족이 관람하면 30%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지난 23년간의 강아지똥 공연 티켓이나 베스트셀러 그림책 '강아지똥' 도서를 소지하고 관람하는 강아지 똥 매니아에게도 20% 할인이 제공된다. 한편, 2월 14일 발렌타인데이에 저녁 7시 30분에는 어른이들을 위한 특별공연으로 마련되어 전석 10%할인을 제공한다. 세상의 모든 강아지똥에 게 민들레 씨앗을 전달하는 따뜻한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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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로’, 박종기와 김계선의 예술혼 극으로 승화[국악신문=정수현 전문기자] 국립국악원은 지난 17일부터 27일까지, 2024년 첫 기획공연으로 음악극 ‘적로’를 풍류사랑방에 올렸다. ‘적로’는 일제강점기에 활동한 대금 명인 박종기(1880~1947)와 김계선(1891~1943)의 삶과 예술혼을 그린 작품이다. 배삼식 작가, 최우정 작곡가, 정영두 연출가가 참여한 이 공연은 2017년 서울돈화문국악당에서 초연한 작품으로, 국립국악원의 민간단체 우수 작품 재공연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선보여졌다. 박종기는 민속악 대금산조 명인으로, 판소리에도 조예가 깊어 진도아리랑의 선율을 정리한 인물이기도 하다. 김계선은 일제강점기 이왕직아악부(국립국악원 전신) 소속 단원으로 정악 대금 명인이었다. 배삼식 작가는 가상의 ‘산월’이라는 인물을 만들어 두 명인이 젊은 시절 인연을 맺었던 그녀와의 아름다웠던 한때를 추억하며, 치열하고 뜨거웠던 젊은 날을 더듬어가는 이야기를 완성해 냈다. 두 인물의 역사적 사실 기반에 작가적 상상을 더 하여 극을 만들어낸 것이다. 경성살이를 마치고 고향인 전남 진도로 내려가려는 종기를 두고 계선이 가지 말라며 만류하고, 그러던 중 두 사람 앞에 난데없이 그들을 모셔 오라는 인력거가 등장한다. 그들이 인력거를 타고 향한 곳에는 두 예술가가 십수 년 전 만나 사랑했던 기생 산월과 똑같이 생긴 또 다른 산월이 있었다. 산월과의 대화를 통해 그들은 덧없이 빠르게 흘러간 옛 시절을 추억하며 각자가 겪었던 삶의 희로애락을 노래로 부르고, 이야기하며 애틋한 추억을 되새긴다. ‘적로’는 따뜻하고 아늑한 분위기로, 국립국악원의 풍류사랑방의 느낌과 잘 어울렸다. 간접조명이 활용된 작은 무대에는 대금이 연상되는 시원한 느낌의 나무의 잎이 나부끼고, 따뜻한 술상이 차려있는 선비의 아늑한 방으로 꾸며져 있었다. 1940년대 경성이 연상되는 스윙(Swing) 재즈가 경쾌하게 흘러나오며 무대가 시작되었다. 음악은 대금 두 대와 건반, 아쟁, 클라리넷, 타악기, 베이스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각 장면에 어울리는 다양한 장르의 창작곡이 연주되었다. 연주자들은 실루엣이 보이는 정도의 발 뒤에서 세 명의 배우를 받쳐주며 다양하고 조화로운 음악을 선보였다. 박종기와 김계선은 옛 시절 함께 했던 그리운 산월을 생각하며 지난 세월 그들이 지나온 어린 시절, 대금과 함께한 시간 등을 노래하고, 절절하게, 혹은 기쁘게 불꽃같던 그들의 삶과 예술혼을 구성진 가락의 소리로 채워나갔다. 대사와 소리는 때로는 유쾌하며 해학적이고, 때로는 눈물을 자아내고 묵직한 슬픔을 던지기도 하며 그들의 인생을 반추해 볼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들이 옛 추억을 그리며 행복해하는 부분은 전통 어법이 가미된 창작 판소리와 뮤지컬 느낌의 창작곡으로 다양하게 불렸다. ‘시절이 좋구나’의 경우 스윙 베이스에 그 당시 시대적 배경을 직관적인 가사와 유쾌한 선율로 뽑아내고, 서정적이고 대중적인 코드 진행에 세 명의 배우가 각자 다른 파트를 노래하며 뮤지컬 창법으로 부른 것이 인상적이었다. 아쉬웠던 것은 장르의 구분이 모호했다는 것인데, 다양하게 보여주려고 한 시도는 좋았으나 소리극의 매력이 반감되고 이질적인 느낌을 받아 아쉬웠다. 하지만 창작 소리의 경우 한국적이고 서정적이며 고즈넉한 분위기의 가사가 특히 마음을 울렸는데, 어머니가 죽어가는 모습을 보며 설움이 아닌 서늘한 감정을 느꼈다는 문장이나, ‘팔자소관’을 이야기하며 젓대쟁이로서의 삶을 묵묵히 그려내는 모습에서 예인들의 예술혼을 마음 깊이 느낄 수 있었다. 또 산월 역을 맡은 가객 하윤주가 중간중간 부르는 애절한 정가 풍의 노래는 슬프면서도 아름다워 무언지 모를 추억에 젖게 해 주었다. 음악의 경우 대금을 두 대 활용하여 연주한 것이 흥미로웠다. 두 악기가 다양한 기법을 연주하며 다이내믹하게 어우러져 대금의 매력을 선사해 주었고, 이는 대금 연주자였던 두 예인을 나타내는 극과도 잘 어울렸다. 하지만 대금 두 대의 소리가 다양하게 활용된 곡은 많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 각 테마에 맞춘 주제 선율이 극을 관통하여 반복해서 들려줌으로 이 극이 지닌 특색이 두드러진 것도 음악의 특징 중 하나였다. 또 클라리넷을 활용하여 오묘하면서도 어두운 색채를 함께 드러내 무언가 그로테스크하면서도 영화 음악적인 느낌을 준 것이 신선했는데, 극의 초반부부터 주기적으로 반복되던, ‘이슬’을 형상화한 피아노 선율은 극 말미에 과거의 산월이 등장하며 어딘가 기묘한 분위기를 연출해 내는 장치로 활용되어 음악적 탄탄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음악극 ‘적로’는 다양한 음악적 시도와 새롭게 각색된 이야기 전개가 신선했고, 대중들에게 흥미를 느끼게 할 만한 요소 또한 많았다. 그러나 두 예인의 예술혼이나 인생보다는 새로 만들어진 ‘산월’이라는 인물과의 추억에만 초점을 맞추어 진행된 플롯, 또 과잉 감정으로 치닫는 전개가 아쉬웠다. 갑작스레 극적으로 전개된 내용과 슬픔 어린 느낌으로 연출된 진도씻김굿, 망자 굿에 치중한 장면은 두 예인을 나타내고자 한 것인지, 가상의 인물 산월을 기리고자 한 것인지 모호하여 극이 보여주는 전체적인 주제가 흔들리는 느낌이었다. 극은 실존 예인들의 치열한 예술적 삶이나 무언가 더 발전될 이야기 전개가 아닌, ‘덧없음’에 중심이 맞추어져 모두가 공허하게 죽음을 맞이했다. 물론 일반적으로 관객들이 기대하기 쉬운 주제, 즉 두 예인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기보다 생과 사, 공허함에 초점을 맞춤으로 새로운 시각으로 무대를 꾸려 나간 것은 신선한 시도다. 하지만 그 주제로 발전하기 위한 극적 연출과 전개가 급박하고 어수선해 아쉬움이 남았다. 또 시놉시스나 극 소개에 나와 있는 ‘불멸의 소리를 찾아 한평생을 살아간 사람들, 그 끝에 여울져 맺힌 그들의 예술혼’이라는 주제와도 동떨어져 있다는 느낌을 받아 이 극을 이루는 주제가 무엇인지 혼란스러웠다. 음악극 ‘적로’가 오랜 사랑을 받아 새롭게 연출된 만큼, 앞으로 더욱 다양한 시도와 뚝심 있는 전통의 색채가 동시에 묻어나 발전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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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창극 도전부터 조선시대 여성들의 연대 담은 뮤지컬까지남자 배우들로만 무대를 채우는 남성 창극과 고전소설 '박씨전'을 모티브로 한 뮤지컬 등 새로운 시도가 돋보이는 작품들이 무대에 오른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집에서 '2023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3차 기자간담회를 열고 다음 달부터 선보이는 작품 5편을 소개했다. 이날 소개된 작품 가운데 다음 달 2∼4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남성 창극 '살로메'는 남자 배우들로만 창극을 이끌고 간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김시화 연출은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다는 로망이 있었다"며 "패션, 메이크업 등 많은 부분에서 성의 경계 허물어진 것처럼 전통공연 안에서도 이런 시도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시도가 창작의 가능성을 넓히고, (전통공연의) 대중화를 실현할 수 있는 콘텐츠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오페라로도 유명한 '살로메'는 오스카 와일드의 동명 희곡이 원작으로 세례자 요한을 사랑한 공주 살로메와 이를 둘러싼 헤로데 왕가의 뒤틀린 욕망을 그린다. 극본을 맡은 작가이자 연출가인 고선웅이 각색을 통해 극단적인 결말로 재탄생시켰다. 김 연출은 "극 중 인물들은 욕망 때문에 극단적 선택을 하고, 죽음을 맞이한다"며 "이런 집착이 결국에는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다는 허망함과 공허함을 느낄 수 있는 공연"이라고 설명했다. '살로메'는 화려한 제작진과 출연진으로도 주목받는다. 오늘날 창극의 인기를 이끈 고선웅과 뮤지컬계 스타 안무가 신선호,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 이상봉이 작품에 참여했고, '판소리계 아이돌'로 불리는 김준수, 유태평양, 김수인 등이 출연한다. 다음 달 7일 대학로 플러스씨어터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여기, 피화당'은 조선시대 여성들의 연대를 보여준다. 작자 미상으로 알려진 '박씨전'의 작가가 누구일까에 대한 궁금증에서 시작된 작품으로 병자호란 때 청으로 끌려갔다가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정절을 잃었다는 이유로 버림받은 여성들의 이야기를 극중극 형식으로 풀어낸다. 이윤희 연출은 "3명의 여인이 동굴 속에 숨어 살다가 생계를 위해 소설을 쓰는 내용"이라며 "비참한 현실 속에 있지만, 무너지지 않고 곁에 있는 사람들과 연대하며 현실을 마주하고 빛을 향해 나아가는 따뜻한 감동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한솔 작가는 "극에서 여성들이 동굴에서 나올 수 있는 서로가 있기 때문"이라며 "연대와 희망이라는 힘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전통에 기반한 음악 실험극도 무대에 오른다. 다음 달 2·3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밤쩌: 사라져가는 것에 대하여 파트2'는 공연단체 불세출의 신작으로 민속문화인 굿이 가지고 있는 고유성을 관객들에게 소개한다. 배정찬 불세출 대표는 "동해안의 오구굿을 중심으로 한 작품"이라며 "오구굿은 사람이 세상을 떠났을 때 하는 굿으로 요즘은 이런 문화가 사라져서 볼 수 없다는 안타까움에 기획한 공연"이라고 말했다. 이어 "산 자와 죽은 자를 동시에 위로하는 게 굿이라고 생각한다"며 "사람이라면 어쩔 수 없이 겪는 죽음을 통해 삶을 돌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 작품 외에도 다음 달 2∼4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는 커다란 사회 안에서 자기 존재의 분실을 다룬 무용 '어 다크 룸'(a dark room)이, 같은 기간 마포구 틸라그라운드에서는 소리가 발생할 때 생기는 진동과 노이즈를 새로운 감각과 감동을 전달하는 음악 공연 '언/리더블 사운드'(UN/Readable Sound)가 공연된다.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은 공연 예술 전 장르에 걸쳐 제작·유통 등을 지원해 우수한 신작을 발굴하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사업이다. 올해는 총 27개 작품이 선정됐다.(연합뉴스)